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평일날 알람소리에 괴롭게 잠을 깨지 않고 대낮에 한적한 객석에서 영화를 보고 내키는 대로 집에서 책을 보며 뒹굴뒹굴 하기. 대학시절 방학때면 늘상 해오던 일들이 절실하게 그리워진건 휴학기간 5개월 남짓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8시 20분 출근 7시 퇴근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졸업을 1학기 앞두고 휴학을 했던 그때 난 다시는 이런식으로 내 시간의 대부분을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닌일에 쏟아붓지는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방송일을 시작하게 됬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주말을 반납하고 때론 며칠밤을 지새우며 사생활이라고는 꿈꿀수 없는 날들을 보내면서도 폭풍뒤의 고요처럼 방송이 끝나면 주어지는 나만의 평온하고 한적한 시간들에 행복해 했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내게 그런 시간들이 주는 소중함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세상이 인정하는 승리를 좇고자 할때 우리가 잃을 수밖에 없는 것들, 반대로 그것을 포기할 때 비로소 얻을수 있는 인생의 가치들을 이 소설은 재치있는 문장으로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빚어낸 현대사회의 치열한 경쟁체제, 그 안에서 허덕이고 있는 현대인들의 비애를 풍자한 소설이나 영화는 꽤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는 법을 제시한 소설로서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심도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쉽게 풀어나갔다는 것이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앞 부분 주인공의 소년시절에 대한 묘사에서는 위트있는 문장에 배꼽을 잡고 키득키득대다가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가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며 책을 덮고 나서는 자신의 인생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돌아볼수 있게 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