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앞에 노래 부르리 - 상실과 슬픔 그리고 인생이 무너질 때 느끼는 감정을 마주하는 삶의 기술
크리스 카 지음, 오혜진 옮김 / FIKA(피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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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증 때문이었다. 지난 몇 달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수많은 마감들이 나를 버겁게 짓눌렀다.


'이대로 글을 쓰면 내 글을 누가 봐줄까?'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지나간 과거를 무의미하게 곱씹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 인스타그램만 들여다보며 자꾸만 작아지는 나와 마주했다. 타인의 화려한 순간을 보며 질투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 머릿속의 이 먹구름이 언제쯤 지나갈지, 영영 이 어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정한 마감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냈다. 그렇게 꾸역꾸역 몸을 움직이다 보니 조금씩 먹구름이 걷히는 듯했고, 바로 그 무렵 이 책을 만났다. 대체 불행 앞에서 어떻게 노래를 부르라는 걸까?


두툼한 책 두께를 보며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작가의 글에 금세 빨려 들어갔다. 서른한 살에 암 진단을 받고 20년 넘게 병과 함께 살아온 그녀. 그리고 양부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과 그의 췌장암 선고 이후 맞이한 작별의 연습까지. 누구나 언젠가 겪게 될 슬픔과 혼란의 감정을 작가는 특유의 유쾌함과 담담함으로 풀어낸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을 울렸던 구절들이 있었다.


"분노는 항상 당신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노의 계기를 이해하면 현실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P.156)


흔히 분노는 감춰야 하고 눌러야 하는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분노가 사실은 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니, 새삼 시각이 달라졌다. 인스타그램을 보며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괜한 반발심과 분노를 느꼈던 건, 사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내 안의 분노는 '나도 잘해내고 싶다'는 또 다른 열망이었던 셈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 대신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시키자. 그 후에는 사랑과 감사, 그 신비에 마음을 쏟자." (P.203)


지금 글을 쓰고 책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지만, 이 책이 잘 팔릴지 어떨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과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연연하느라 정작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조차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기적일 텐데,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음을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 불행을 담담히 바라보는 법, 그리고 내 안의 감정들을 다정하게 다독이는 법을 배웠다.


지금 마음속 깊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따뜻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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