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제 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백영옥의 스타일.

제목 자체도 그렇고 표지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꼭 칙릿소설이다. 그 전에 읽은 칙릿소설은 나에게 그다지 많은 감흥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듯한 그들의 모습에 위화감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기가 많이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수상작이라면 뭔가 다른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며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평가를 간단하게 말한다면 기대 이상이였다. 기대 이상을 넘어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 서정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 여성의 상징인것 같다. 직장생활 속에서 선배와의 갈등, 일의 압박감,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 하지만 빠지지 않는 살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과거에 받은 상처 하나쯤은 다 가슴에 담아두고, 끊임없이 내가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일까 이렇게 사는 것이 맞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아프리카에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그 아이들을 후원하고 싶으면서도 그와 함께 명품에 대한 욕망까지 함께 존재하는 그녀.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니였던가.

이 책이 매력적인 또하나의 이유는 바로 솔직함이다. 작가는 결코 소설 속의 주인공도 배경도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명품만 좋아하고 세상에 걱정이란 연애뿐인 단순한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자라면 느낄 명품에 대한 욕망을 무시하고 그저 천사표처럼 착하게 아프리카 아이들만 보면 눈물짓는 그런 가식적인 인물도 아니다. 이 공존할수 없을 것만 같은 두가지의 욕망을 즉 된장녀라는 소리를 듣기는 싫고 그렇다고 해서 된장녀가 되기를 포기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솔직하고 쿨하고 담백하게 이 소설에서는 그린다. 또 이 소설의 배경인 패션 잡지사라는 곳을 멋지고, 화려한 곳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다. 그곳은 화려한 곳도, 재미있는 곳도 아니다. 바로 정글이다. 자신이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밀려날듯한 정글. 그 정글 속에서 서정이 겪는 그 모험들 또한 적나라게 보여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나 나올법한 환상을 깨준다. 하지만 이 깨지는 환상 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위로를 받는다. 사회라는 곳은 어디를 가든 모두 정글이라는 것을.

마음을 다잡아야 할때 성수대교를 지나갔다. 이것이 살아남은 자의 비겁함이다. 살아있음을 증명받기 위해 비극에 기대는 안간힘. (P.165)

 성수대교 붕괴로 언니를 잃은 서정은 성수대교에서 마음을 다잡는다. 정말 우리는 살아있음을 증명받기 위해 비극에 기댄다. 그렇기에 힘이들때 오히려 비극적인 일에 기대기에 우리는 슬펐고 힘들었던 일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는거같다.

 이 소설은 분명 패션계를 다루고 명품 이름이 나오고 연애가 나오는 칙릿에 가까운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다른 소설에는 없는 것이 바로 존재한다. 바로 '사람'이 존재한다. 결국 사람이 엃히고 엃히는 속에서 화해를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속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위로와 응원이 담긴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격한 현실속에서 또 현실을 담담히 걸어간다. 현실을 그저 열심히 살 뿐이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이 소설을 나는 감히 '화해'에 관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와의 화해, 원수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화해,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 (작가의 말 中)


겉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진짜 속이 꽉찬 실속있는 소설.
씁쓸한 에스프레소에서 느낄 수있는 끝맛의 감미로움같은 소설.
그것이 바로 백영옥의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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