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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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한 단면을 포착한 소설. 엄마를 부탁해. 우리 옆에 항상 있어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부분중에 하나가 바로 어머니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엄마가 옆에 계실때는 엄마의 두통도, 생일도, 일상도 지나쳐버리고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를 잃어버리고 난 후, 엄마와의 추억을, 엄마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서 후회하고, 반성하고, 더듬어가며 비로소 엄마의 소중함과 그 위대한 모성을 확인하게 된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생각이다.
나는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나는 돈을 많이 가지게 되면 소극장을 소유하고 싶다.
나는 남극에 가보고 싶다.
나는 산티아고 성지 트레킹을 떠나고 싶다.
밑으로 서른 칸을 넘게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 이게 뭐냐?
- 지난 12월 31일에 새해를 맞이하며 글쓰는 거만 빼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재미로 적어본 거야. 앞으로 십년동안은 꾸준히 해야 할 것들이거나 하고 싶은 것들. 근데 내 어떤 계획에도 엄마와 무엇을 함께하겠다는 건 없더라. 쓸 때는 몰랐어. 엄마 잃어버리고 나서 다시 보니 그렇더라구. (p.132)


 나도 문뜩 나의 다이어리에 적힌 새해목표와 대학교에 가서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봤지만 그 어딘가에도 엄마와 함께 하겠다라는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아. 나도. 그랬었구나. 항상 내 옆에 있어서 그저 나에게 잔소리만 하고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로 엄마를 여겼지 엄마와 추억을 만들 생각도,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구나...라고.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고, 한때는 나와 같이 꿈많은 소녀였고 아니 지금도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인데. 엄마니까. 엄마라서. 라는 단어로 엄마를 함축시켜버린 내 생각들이 엄마에게 미안해지고 부끄러워졌다.


 엄마. 일상속에서 너무 잊고 지냈던 엄마의 존재, 엄마의 자리, 엄마와의 추억을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더듬어 보고 반성하고, 그 소중함과 위대함을 새삼 깨달아 갔다. 지금도 가족들의 빨래를 빨고 청소를 하며 우리들에게 먹일 반찬을 만들고 제일 늦게 자서 제일 일찍 일어나는 피곤함도 이겨내고 아파도, 슬퍼도 내색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외로움을 견디며 자식때문에 산다.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나의 엄마에게 지금 달려가 "항상 우리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니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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