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는 굉장히 독특한 구성과 발상이 참신한 소설이다. 고모의 편지와 주인공 '나'의 이야기가 각각 펼쳐지지만 두 내용의 구성이 참 촘촘하게 잘짜여져있어 굉장히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 책의 뒤표지에 "아픔을 부드럽게 감싸는 긍정, 가볍게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경쾌함"이라는 노란 문구 한줄로 나타낼 수 있을 거 같다. 읽는내내 이 문장에 공감하고 또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이 소설에는 기자가 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입사시험을 쳤지만 결국 시험에서 떨어져 절망에 빠져버린 주인공 '나'가 약을 먹고 자살을 하려고 준비하던 차에 할머니가 미국에서 우주비행사를 한다는 고모의 소식을 전해주며 미국으로 고모를 만나러 가라고 말한다. 이에 주인공은 남자이지만 여자처럼 살아가며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친구 민이와 함께 미국으로 고모를 만나러 떠난다. 그 곳에서 고모의 깜찍한 반전과 함께 삶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며 죽음까지 생각하며 아픔과 절망감으로 가득했던 주인공에게는 나지막한 희망이, 성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던 민이에게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과감한 결정이 그들을 행복과 희망의 길로 안내한다.
어찌보면 외로워보이고, 어찌보면 쿨해보이는 하지만 한마디로 말한다면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고모를 통해서 주인공도 민이도 할머니도 찬이도 자신의 아픔을 긍정으로 따뜻하게 감쌀수 있었던거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머리가, 내 마음이 텅 비어버린거 같다. 그리고 멍 해져버렸다. 이렇게 내 머리와 마음이 텅 비어버리고, 멍 해져버린건 이 소설이 너무 어려워서도 아니고, 너무 재미없어서도 아니고, 너무 슬퍼서도 아니였다. 내 머리와 마음에 나를 누르고 있던 수만가지의 고민과, 그 고민의 틈에서 자라고 있던 슬픔의 싹들이 비바람을 만난듯, 태풍을 만난듯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평이한 내용을 독특한 구성방식과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 마무리로 읽은이로 하여금 작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소설. 바로 「달의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