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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좋아하는 작가가 있듯이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인 다신북스 다산책방의 책이다.
슬플것 같은 책인데 어떤 내용일까
p360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 역시 가족과 친구의 삶과 병과 죽음 이야기를 때로는 아프게, 때리는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한결같이 과장없이 솔직하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저자가 자신의 관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된 데는,관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은퇴한 토목 기사로서 목공 일에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 일을 해나가면서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만큼 아버지는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저자가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아버지는 저자의 롤모델이자 영웅이라는 것을 우리는 아버지를 묘사한 소박하고 애정어린 숱한 문장에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
저자는 어머니와 친구의 죽음을 거치면서 얼마간 죽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편인 데 반해 아버지는 죽음의 얽매이지 않는다. 언제나 바쁘게, 열심히 ,낙천적으로 사는 아버지는 죽는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병과 죽음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이 책이 크게 어둡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병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지는 대신 일상의 삶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아버지의 담대한 자세에 많이 빚지고 있다.
p25 사실 내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였다.
p57 삶과 죽음,양호한 건강 상태와 눈앞에 닥친 죽음의 그림자는 마치 웃다가 우는 것처럼 늘 뒤섞인 상태로 존재하며,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다.
p82 어머니의 암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도록 나를 자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삶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한결 직접적으로 생각해보도록 자극했다.
어머니가 방사선치료를 받는 돗안 나는 단번에 담배를 끊었다.하루에 한 갑 반씩 피우던 10년 동안의 습관을 끝낸 것이다.곧바로 더 건강해지고 더 활력이 솟는 느낌이 들었다.동시에 나는 더디긴 하지만 회복 가능성을 높여가는 어머니의 상태에 놀랐다.
이 경험이 나로 하여금 젊은이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즉,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졌으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그리고 나는 이런 기분을 영원히 느끼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찾아들었다.
p86 사실상 사람들은 누구나 결국엔 관이 필요하다.대부분의 가족들은 극심한 압박감 속에서 촉박한 시간에 쫓겨 갑작스럽게 구매해야 한다.
p148 나는 지난해 여름부터 조금씩 달리기를 해 왔다 .이걸 시작하는 대부분의 중년들처럼 나 또한 얼마간 그 어떤 것으로부터 달아나려고 달렸다. 이번 경우 내가 달아나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암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암이었고 ,지금은 존과 아버지의 암이었다. 아무리 달아나려고 해도 한 가지 사실 많은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영원히 살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내 몸을 더 잘 관리해야 하며 ,그 같은 인식 아래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내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p221 내 기억력이 미치는 한 나는 내 나이에 어떻게 되었든 간에 항상 어떤 사람이 정해놓고 숫자를 기준으로 그와 나 자신을 비교하곤 했다.
왠지 재미있는것 같기도 했다. 나이먹어 감을 슬프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즐거운 성장을 나이듦과 함께 하는 것.
p232 내 쉰 번째 생일이 다가왔을 때 나는 가장 중요한 사실에 휩싸이게 되었다. 존과 내가 함께 왔어야 했으나 결코 그럴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서로를 거울삼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로 축하하기 시작했다.
내 생일을 축하한다기보다는 내 삶에 주어진 것,내가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을 축하했다.
p256 나는 이러한 공간 가운데 최고는 불완전한 공간,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간,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자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p329 나는 먼저 죽음은 내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었다. 또 한 나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시간에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오랜친구가 최고의 친구라는 것 ,지혜라는 것은 평생 저지른 실수에 다름 아니라는 것 ,살면 살수록 세상 일에 대해 ,특히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잘 모르게 된다는 것, 어떤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어 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침묵을 음식 하는 것은 실은 침묵을 응시하는 연습 일뿐이라는 것 ,그리고 어떤 노래들의 경우 ,그 노래들을 듣는게 너무 마음 아파서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 노래들이 마음을 덜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을 깨달았다
저자의 영혼의 집은 관을 만들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느끼는 것 인것 같았다.그럼 내 영혼이 기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시간이 막연하게 길지 않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 보내는 것이 소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