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마지막 7일 나남창작선 132
김상렬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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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소설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의 주제가 되곤하는 사도세자의 이야기. 어쩌면 너무나 식상하고 진부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권력의 달콤함이 무엇이기에 부자간의 인륜마저 저버리게 했던 것일까? 게다가 그 대상이 조선후기의 중흥기를 이끈 영조라고 하니 더욱더 아이러니일수밖에 없다. 진정 그 속내는 무엇인고 숨겨진 내막은 무엇인지 몰라도 아비가 아들을 죽인 것만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사도세자의 입장보다는 영조의 입장에서 역사는 기술되어지고 후대에 전해진 것이리라. 그렇지만 이 책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사도세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이다. 매 순간 순간 변화하는 감정의 변화를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사도세자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실이야 새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뒤주에 갇히는 순간부터 변해가는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보자. 처음에는 왕세자인 자신을 이렇게 치욕스럽게 갇힌채로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구하러 올것이라는 생각으로 감정을 추스린다. 그러다가 아무런 변화가 없는 현실에 생물학적인 배고픔,갈증,배설의 욕구에 무너져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어쩌면 죽음이라는 단어를 머리속에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뒤주의 구석에서 발견한 거미의 생존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녀석의 삶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했지만 허기에 지쳐 거미마저 잡아먹어 버리고 만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의 힘에 의하여 목숨을 잃게 되는 사도의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릴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아비의 정치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석고대죄를 하였던 어릴적 마음과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었던 아비의 손길이 마음속에서 교차하면서 혼돈의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자신이 아들에게 행하였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사도세자가 왕위를 계승하였더라면... 이러한 고초를 격고 군주가 되었더라면 연산군처럼 광기어린 군주가 되었을지.. 소설속에 표현된 마음처럼 당쟁을 없애버리는 성군이 되었을지..

삶에서 자신의 의지를 억지로 감추고 살아가다 결국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삶의 마감해야 하는 그 순간에서 생겨나는 감정들을 이렇게 잘 묘사할수는 없을것 같다. 역사적인 사실이외에 한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름이 인정받는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임을 지기도 하지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바로 현재의 삶을 힘차게 나아가는데 힘을 실어주는 책이네요. 가끔씩 삶이 너무 힘들다고 느껴질때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다시 펴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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