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라면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야자를 하다가 매점에서 먹었던 기억, 군대에서 고참몰래 숨어서 먹던 라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사 몰래 전날 숙취해소를 위해서 간편하게 찾는 얼큰한 라면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스토리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는 것이 라면이다. 하지만 그 라면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전쟁 이후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라면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사실에만 근거해서 이야기한다면 라면은 일본으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으며, 그 과정은 일본의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과 한국의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이후에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전수를 통하여 삼양식품이 한국에 라면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세세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보기를...지루하지 않고 가끔은 코가 찡한 장면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즐거움은 해치는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네요...

이러한 라면의 한국생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들이 한꺼풀씩 벗겨져 나오는데 크게 두가지가 가슴에 와 닿네요. 한국전쟁이후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인을 미개하고 못난 종족으로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라면의 세계화"라는 대의명분하에서 한국전쟁을 통한 자국의 발전과 식민지배 시대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인류애의 측면에서 당시로서는 상상할수도 없는 거의 무상 기술이전에 가까운 형태의 합작을 할 수 있었던 오쿠이 사장의 인간적인 면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본인이라는 선입견만 제외한다면 당시 우리 국민들의 굶주림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준 사람으로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이끌어낸 삼양식품 대표였던 전중윤 회장의 국민에 대한 사랑은 당시 정치적으로 타결책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애민정신을 기초한 선비의 정신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저 단순히 한국에서의 라면의 태동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만을 기대하였지만, 라면이 탄생하기까지의 숨겨진 노력과 더불어 한일 양국의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들의 모습까지 덤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경기가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버티기 힘들어 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매우 힘들어 하지만 이 책에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 과정에서 리더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면의 역사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리더의 모습의 단면도 볼수 있습니다. 즐거움과 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네요.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라면의 역사에 대하여도 술술 풀어 놓으면 그 해박함으로 사교적인 모임에서도 인기를 끌수 있겠지요. 그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책을 펼쳐보시기를.. 단, 펼치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때까지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니 조심하시기를... 그때는 출출한 라면 한 그릇으로 또다른 행복감을 느낄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