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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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에서 침략군 장교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숨을 죽이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눈먼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로르... 영화속의 한 장면같이 느껴진다. 그녀가 왜 눈멀게 되었는지 왜 지금같이 일촉즉발의 환경에 놓이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소설의 배경은 2차대전이 진행중인 유럽. 프랑스의 어느 마을의 마리로르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는 마리로르가 눈이 멀게 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박물관에서 일을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 멀게 되는 딸을 위하여 아버지는 살고 있는 지역의 축소판을 만들어서 아이가 길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전쟁이라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된다고 하더라도 아이 혼자서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아비의 마음이 아닐까?

또다른 주인공인 베르너는 독일의 시골마을에서 일찍 부모를 잃어버리고 고아원과 비슷한 곳에서 동생 유타와 여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으로 독학으로 라디오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마을의 다른 사람들의 라디오도 고쳐준다. 그런 중에 자신과 동생이 들으려고 만든 라디오에서 여지껏 알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히틀러 독재 아래에서 듣고 배워온 그런 이야기가 아닌 전혀 다른 뉘앙스의 목소리를.. 그러나 그의 뛰어난 재능 덕분에 베르너는 동생을 떠나서 새로운 학교에 입학을 하게되고 자신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게 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동생을 만나러 가기 위하여 휴가를 이야기했다가 학교에서 전장으로 밀려나가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전장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독일에 맞서는 나라의 점령지에서 무선 송신지의 위치를 추적하여 그곳의 사람을 죽이는 일을 반복하면서 더더욱 삶의 회의를 느끼게 된다. 점차 독일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어느 마을에까지 이르게 되고 호텔에서 머무르는 동안 폭격으로 건물아래에 매몰된다. 그 와중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신기를 통하여 어릴적 듣던, 기억속에만 살고 있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 이 사건으로 베르너와 마리로르는 휴전 하루 전날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러나 프랑스 소녀와 독일 소년은 휴전이 된다고 하더라도 함께 하기란 쉽지 않기에 서로의 갈길을 간다.

이들의 만남은 이루어지게 될까?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시기를...

전쟁이라는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갖고서 삶은 이어가고, 노년의 어느 날 전쟁의 기억들을 맞이하게 된다. 전쟁의 아픈기억도 있지만 마리로르의 머리속에 아련하게 남았던 베르너의 기억이 손에 들어온 그 어떤 물건으로부터 희미하게 되살아난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만나지도 못했을 두사람이 전쟁을 통하여 인생의 하루를 만나게 되었고, 노후의 어느날 그 만남을 회상하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들의 눈을 통해서 펼쳐진 전쟁의 단면들과 그 속에서의 삶의 단면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머리속에 그려진다. 아마도 그건 눈먼 마리로르의 입장에서 묘사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그것을 베르너의 눈으로 다시금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무엇을 얻어가는가는 독자의 몫이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삶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최근 한국영화 "국제시장"의 느낌과 흡사하다. 올 여름 시간을 내어 읽어볼만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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