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붉은 사랑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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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시간의 틈이 생길때마다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이 있다. 봄이면 생명이 움트는 생각에서 나른함이 떠오르고, 여름이면 생명의 왕성함이, 가을이면 웬지 모를 쓸쓸함이나 연민이 그리고 겨울이면 하얀 눈의 포근함이나 굳게 걸어 잠근 마음같은 것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그런 삶의 일상속에 느낄수 있는 생각들을 펼쳐놓아서 많은 순간 "음. 그렇군. 나도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것도 생각하는 구나. 나는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는데 나역시도 이런 부분은 생각해봐야겠다"라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한권의 책속에 산문과 시들을 함께 나누어 싣고 있으며, 일부는 CD 에 수록하여 즐길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군다나 시에 대하여는 특이한 구성을 하고있다. 작가들은 시에 대하여 그저 느끼는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며, 시만 수록하고 있지만 시와 더불어 시인의 생각까지 더해져서 자신의 감정과 시인의 의도를 비교해 볼수 있게 한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다를수 있음을 느낄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마음에 뭔가 찜찜함을 남기기도 한다.

어머니의 편지로 책을 열어가는데, 여느 평범한 어머니가 이렇게 표현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모든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고 단지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 생각된다. "나는 너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키웠다. 내 자식으로 와주어서 고맙고 염치 없었다. 너는 정성껏 살아라"라는 말에서 자신들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로 산문집을 갈무리하고 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묻어난다. "어머니 누워 계신 무덤가에 가서 자랑 삼아 책 몇 줄을 읽어 드리고 싶었으나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어찌 책에 쓰인 글 몇줄 읽을 수 없겠는가? 단지 그렇게하여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줄어들까봐 그러지 못하는 것이리라 미루어 짐작해볼 뿐이다.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책의 곳곳에 숨어있으며 그 모든 걸 하나씩 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흥미가 있다면 직접 책을 펼쳐 보기기 바랄뿐이다. 나에기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에 대한 추모" 편이다. 내가 죽었을때 어떻게 했으면 하는 것을 잘 써놓은 것 같다. 유언이라기 보다는 내 삶을 스스로 돌아보고 남겨지는 가족/친구/지인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각별해 보인다. 삶은 베풀고 비우는데서 행복이 온다는 말이 머리속에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을테니 술도 내 놓아라. 아마도 그들 중에 과하게 취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민망하다 여기지 말고 나를 추억하느라 그런 것이니 감당해 주면 좋겠다"는 말에서 나를 그리워할 친구가 있으면 더 베풀어주라는 말이 아닐까? 그러나 요즈음 같은 세상에 날 그리워하며 과하게 취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부러움을 살 노릇이다. 모든 것을 다 돌려주는 수목장을 이야기하는 마음 씀씀이가 이토록 자신에 대한 추모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 지난 어느 시점에 다시한번 펼쳐들고 읽고 싶은 책이다. 같은 글자에 느낌의 차이가 많이 날것 같은 책이네요. 삶의 경험치만큼 책의 깊이를 더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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