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속의 사람들
마가렛 로렌스 지음, 차윤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1969년에 쓰여졌다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네요. 소설의 주 내용은 30대 주부인 스테이시가 직면하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남편 "맥"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마음, 네 자녀들과 느끼는 감정을 대화로 때로는 독백의 형태로 심리 상태를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마음을 절로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자신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고 난 이후에 가족들에게 작은 불행이라도 닥치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크게 자책하는 마음은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네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은 강하지만 자신을 집안의 한 부분으로 한정하면서 스스로 구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에는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딸 케이티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부모가 된 이후에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다는 말을 떠오르게 해주네요.

세일즈맨인 남편 맥은 백과사전을 판매하던 일을 그만두고 건강보조제 같은 몸에 좋다는 약을 파는 회사에 취직을 하게되면서, 일에만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큰 딸 케이티는 사춘기를 맞이해서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고, 두 아들은 언제나 티격태격 싸움에 정신이 없고, 막내 딸 젠은 발달이 조금 늦어 말문이 트이지 않아 언제나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다. 이런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은 매일 매일이 전쟁터같은 날들이다. 그렇지만 가족들 중 누구도 살갑게 이야기하지 않으니 항상 집에서 외톨이가 된 느낌이다. 그런 엄마인 스테이시는 집을 떠나는, 그녀의 일상을 벗어나는 생활을 동경하면서도 엄마로서의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은 술로서 일탈하기도 하고, 상상만으로도 외도를 즐기기도 하지만 진정한 바램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이 자신의 희생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바닷가에 놀러간 날 아이가 죽을뻔한 사건을 맞이하면서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에 대한 남편의 사랑과 살갑게 대화를 하지는 않아도 아버지와 비슷한 아들의 의젓함을 보면서 스스로 가족에 대하여 편견을 가진것을 주인공 스테이시는 알게된다. 그러자 여지껏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어머니의 말들이 - 오로지 잔소리로만 여겨지고 전혀 자신을 이해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되었던 일들이 - 하나씩 이해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하는 독백인 "새로운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었어요"라는 말은 부모로써 자식을 포용하는 마음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한발짝 멀어질수 밖에 없는 마음을 너무나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아닌가? 나의 세상에서 나의 언어로 이해되는 아이들에서 아이들이 이해하는 세상에서 멀어져버린 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그 시대나 지금의 우리 시대나 소통의 벽과 그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의 느낌은 변하지 않았으며 바로 그 마음을 절절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자로써 이 책을 접하게 될때 그 어떤 마음을 느끼게 될지는 모르지만 남자로써 이 책을 읽는 다면, 어머니의 숨겨진 마음이나 아내의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한 구석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표현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참아온 어머니의 눈물, 아내의 마음 씀씀이를 느끼게 된다. 불구덩이처럼 뜨겁고 헤어나기 힘들것 같은 현실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어머니의 진정한 마음과 영원한 지원군으로써의 아내의 마음에 고마움을 깊이 느끼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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