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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수술실
조광현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에세이라는 장르는 문학이기는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기에 한 개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이야기 자체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느낌이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생각을
같이하는지 다른지 너무나 쉽게 드러난다. 제1수술실은 심장수술 집도의의 수술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려니 생각했지만, 실제 장소만 수술실과
병원일뿐이지 우리의 삶 자체를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모습과 위기상황을 모면한 후의 또 다른
모습들을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삶에 대한 각자의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작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에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작가는 담았겠지만 읽는 이에게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 올수 있을 것이다. 단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너무 작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애기 아빠
됐어요" 에서는 심장이식 수술을 한 젊은이가 좁은 병실에서 회복을 기다리지 못하고 병원에서 뛰쳐나가려다 골절상까지 당하는 이야기 인데, 시간이
지나서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어느 시점에 다시 찾아온 환자는 의사를 걱정하게 만든다. 아닌게 아니라 심장 이식수술 환자가 다른 합병증에는 더
위험할 수 있기에 주의를 하라고 했건만 신종플루 증상으로 다시 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며칠전 애기아빠가 되었으며 산모와 애기를
돌보기 위해서 자신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진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의사나 환자나 모두 눈을 붉힐수 있었던 이야기다. 병을 고친
환자가 질병으로 인하여 목숨이 위태로울수 있음을 알고서도 의사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자식에 대한 무한한 부모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4월 증후군"에서는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새로운 젊은
피로 활력이 넘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정도 조직에 익숙해지면서 긴장이 풀어지는 시기가 봄이 오는 4월이어서 크고 작은 실수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의 실수는 그래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될수 있지만, 병원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수 있기에 작은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데
사람이기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럼 수술을 연기하자, 5월에나 하자" 라는 말은 너무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수가 두려워 연기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분일초가 급한 환자를 미루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환자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마음의 발로일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학들이 조금더 익숙해지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주는 마음도 녹아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저런 따스한 마음의 발로가 "4월 증후군"이라는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뉘앙스로 엮어낸 것이리라.
생사의 갈림길에선 환자가 경험하는 수술실이건만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수술실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병든 짐승이 어머니의 품속에서 다시 회복을 위한 과정을 거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수술실의 아늑함(?)이라면 조금
색다른 표현일까? 아무튼 우리 삶에서 만날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수술실을 통하여 환자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을 통하여 보는 즐거움이 책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니 그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지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