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국립시체 안치실 13호실은 범죄사건에 연루된 시체들로써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신원이 확인될때까지, 사건이 종결될때까지 어쩌면 무한한 시간동안 동면의 상태로 보관되는 시신들이 모여져 있는 곳이다. 이곳에 놓여진 시신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들여다 볼 좋은 기회이다. 그들의 상태와 마찬가지로 얼음속에 꽁꽁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번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아예 책을 펴보지 마시라. 책을 펴는 순간, 이야기가 끝날때까지는 책에서 손을 뗄수 없을 것이다.

"속삭이는 자"를 읽지 않았다면 다소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수 있으나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여주인공인 "밀라"의 상태와 행동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속삭이는 자"를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남자 주인공인 "사이먼 베리쉬"는 증인보호프로그램에서 각종 범죄사고의 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일을 시작하였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되어 경찰관 사회내에서 거의 왕따 취급당하는 인물이지만, 자신의 또다른 재능을 키워서 범인들의 자백을 받아내는 특별수사관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 둘이 만나는 과정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범인들과 관련인물들이 있는데, 사건이 발생하고 윤곽이 잡혀가면서 주변의 인물들이 큰 그림을 모자이크처럼 완성하듯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렇지만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기 까지 전혀 어떤 그림인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마지막 퍼즐이 놓여지는 순간 전체그림이 머리속에 환하게 그려진다. 그러기에 그 마지막 퍼즐에 대한 궁금증과 맞춰진 그림에 대한 즐거움은 스스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결코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사건의 전모는 수십년전 수면제와 연관이 된 것같은 실종자들이 어느 순간 세상에 나타나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처음 몇 사건은 마치 원한관계에 의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 연관성이 미약하고, 뒤이어 벌어지는 사건에서는 더더욱 인과관계를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전반에 펼쳐진 "악의 논리"에서 우리는 이야기의 결론을 어느정도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그 반전의 과정이 대단합니다. 악의 논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어미사자가 새끼를 키우기 위하여 새끼 얼룩말을 죽이는 것은 사자 새끼의 입장에서는 선이요, 얼룩말의 입장에서는 목숨을 잃는 악"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떠한 일에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악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과 선이 없다면 악이 없고 악이 없다면 선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전체 사건의 구성에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직면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를 더 분개하게 만드는 것은 어린이와 악을 연관짓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미사자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얼룩말에게는 악이 되는 것인데,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또다른 사자를 키움으로써 얼룩말의 세상에 잠재적인 악을 성장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를 악으로 키우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냥을 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초원을 바라보는 평화스러운 눈빛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러한 이야기와 더불어 빠른 전개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책을 즐길수 있네요. 올가을 책을 가까이 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책으로 즐거움을 만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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