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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나 삶을 살아가다보면 지금 내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을 어딘가에다 정리해두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스스로 만족감을 가지기 위해서.. 그러다가 혹시 주변의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사람이 있다면 하루저녁을 즐겁게 보낼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게
쉬운 일이겠는가? 대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시대 사람의 생각을 접하며 때로는 동조하고 때로는 다르게 생각하는데서 차이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찬찬히 드러내는 일기와도 같이 느껴진다. 어떨때는 지나간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는 듯하고, 격정의 시대를 지난 젊은 시절을 느끼게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정감있는 중년이지만 신체적으로 힘들어하는 현실에
수많은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골장터의 국수집에서 국수의 맛은 자연건조에서 오는 감칠맛과 이를 돌보는 숙련된 장인의
손놀림에서 너무나 빨리빨리만 이야기하는 우리네 삶을 살짝 비꼬기도 하지만 느림의 삶에 대한 부러움이 묻어난다. 그런 와중에서도 글의 말머리에
가장 민주적인 1인 가게라고 하는데서 노동착취를 고민한 흔적을 찾는다면 작가보다 조금더 멀리 나가는 것일까? 언제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국수 한그릇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삶이 그만큼 다양하고 치열했던 것을 또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그저 맘 편하게
한끼를 해결하는 국수에서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고 읽는 이로 하여금 그렇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초저녁 잠이 많아지면서 즐겨보던 드라마를 보면서도 꾸벅꾸벅 조는 모습에서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모습을 더듬어 간다. 편히 주무시라고 이야기하면 안잤다고 우겨대던 그 어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졸고 있는 나를 들볶는
딸이 있거나 내 딸도 커서 TV앞에서 졸때 옆에서 웃는 딸을 가져야 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마치 사소한 복수(?)를 바라는 것처럼.. 내가
늙어가고 있고 힘이 없어져 감을 자식들에게 들키는 것이 그렇게 싫어서 화를 냈는지도 모르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들에게 서운함을 내비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생기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책의 곳곳에 삶의 향기가 가득 묻어있다. 부모에 대한 마음, 자식에 대한 마음. 그리고
간간히 이 사회에 대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한번쯤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던 생각들을 이렇게 공감되게 잘 모아놓은 것 같아서 마치 나의 지난 과거를
읽어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유있는 시간에 커피한잔을 하며 곁에 두고 읽기에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