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영역
사쿠라기 시노 지음, 전새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서예가이지만 최고의 실력은 갖지 못한 류세이, 동네에서 교습소 정도를 운영하고 모든 경제적인 문제는 그의 아내인 레이코가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서 병으로 누워있는 류세이의 모친이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가족.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차가운 북해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속에서 각자의 마음은 새하얀 순백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겨울 하늘의 모습처럼 그려져 있다.

시골마을에서 도서관에서 자신의 전시회를 여는 류세이의 눈앞에 나타난 대단한 재능을 소유한 미모의 여자 준카는 마을 도서관 관장을 지내고 있는 노부키의 동생이다. 전시회를 연 류세이는 전시회를 방문한 준카의 서명한 모습에서 그녀의 재능의 깊이를 알고싶어하고 스스로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을 느낀다. 공교롭게도 보건교사로 있는 류세이의 아내 레이코는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지는것 뿐만아니라 시어머니의 병수발까지 하면서 현실에서의 불만의 탈출구로 노부키에 마음이 끌리는 것을 억제하지 못한다. 더불어 노부키의 고향 친구인 리사는 노부키와의 결혼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노부키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지만 노부키 역시 비슷한 심정이지만 결코 결혼까지는 이어가지 못할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란 준카는 신체적으로는 이미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신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서예 재능을 물려받아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탓일까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기 보다는 기존의 훌륭한 서예가들을 복사하는 수준의 모사실력을 갖고 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준카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류세이는 알고싶어서 자신의 교습소에서의 보조교사로 채용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빠 노부키와 리사의 결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준코가 쓴 "화룡첨정"은 류세이가 결코 흉내지지 못할 작품이다. 그러나 이를 쓰고난 직후 준코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류세이는 준코의 작품을 모사하여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된다. 준코의 죽음으로 고향의 집을 정리하러 간 노부키는 옷장속에서 어머니의 작품과 그것을 모사한 준코의 작품이 바로 "화룡첨정"임을 알게된다. 그 작품을 류세이에게 전해주면서 말없이 돌아선다. 그 역시 레이코와의 관계로 인하여 떳떳하지 못할뿐 아니라 준코의 죽음의 원인중의 하나가 자신이 리사와의 결별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련의 일들이 발생하면서 각 인물들이 느끼는 심리상태를 너무나도 잘 묘사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에서 부터 어머니를 미워하는 아들의 마음, 시어머니를 무시하면서도 불쌍히 여기는 며느리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고 있지만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모두에게 제각각 다른 영향을 주고 떠난 준코의 마음이 우리 모두가 찾고자 하는 가장 순수한 영역이 아닐까? 쉽사리 깨어지기 쉽고 욕심들로 가득한 우리의 현실삶에는 잘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제각각의 마음의 크기에 따라 영향을 주는 준코에게서 순수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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