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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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어른들로부터 "옛날 옛적에..."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숨을 죽이고 주변에 둘러앉아서 집중했던 기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착한 사람이 반드시 이긴다는 이야기이거나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라도 용감한 사람이 나와서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는 그런 이야기에 얼마나 마음 졸이면서 들었던가? 왜 이렇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어린아이들이기때문에 그런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인 것일까? 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인간은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처럼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꿈과 기억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으로 살펴보면서 그 연관성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책장을 넘겨갈때마다 저자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어가는 것은 저자가 우리가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을 알고서 전개하기 때문일까?

먼저 인간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절말로 올바른 것일까? "섬광 기억"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큰 대형사건에 대하여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어느정도 기억하지만 세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예를 들고 있는 9.11 사건같은 경우 심지어 당시 미국 대통령도 자신이 직접 비행기가 충돌하는 첫 순간을 목격한 것처럼 시간이 흘러서 증언하고 있다. 이는 9.11 사건이 비행기가 건물을 들이받는 사건이었다는 큰 기억은 맞지만 사건이 일어나던 순간 자신이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엉뚱하고 다르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중요한 기억은 뇌의 어딘가에 나뉘어 저장되어 있지만 기억을 통하여 그것을 꺼집에 낼때는 필요하고 연관된 것들을 함께 꺼내어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인간의 정신활동을 연관시켜서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건을 당시에 찍어놓은 사진처럼 기억한다면, 아마도 불행하고 힘들고 슬픈 기억들로 인하여 어쩌면 영원히 극복하지 못하는 상태에 버려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러기에 이처럼 불완전한 기억체계이기 때문에 과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한가지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꿈은 미래를 예지하는 목소리인가? 신의 음성? 아니면 단순한 의미없는 뇌의 활동인가? 꿈에 대하여 조사한다는 것은 객관적일수 없이 꿈을 꾼 사람의 기억에 의존할수 밖에 없지만,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꿈은 어쩌면 수많은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다. 즉 현실에서는 뒷일을 생각하느라 시도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가상 시뮬레이션이 꿈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꿈은 행복하고 즐겁고 좋은것 보다는 위험하고 두렵고 어려운 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단지 잠에서 깨어났을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만, 이러한 단련을 통하여 실제 생활에서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거라는 생각이다. 실제 생활의 관계에 대한 시뮬레이션, 꿈꾸는 주체가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관계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 믿기지 않는 부분이 많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꿈속에서는 직장인이라면 상사에게 큰소리 한번 훅 날리고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상황은 생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꿈에서도 다시한번 이해할수 있기에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을 현실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결국은 갈등을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갈등의 상황이 크고 위험해야한다. 바로 이런점을 잘 활용하여야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여야 현대사회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아닐까? 억지로 갈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갈등이 가장 커 보이는 것을 표면화하고 그를 해결하는 방법속에 생존의 비결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이야기화 되는 것이고 그러한 방식으로 인류는 갈등해결을 통하여 발전해온 것이 아닐까? 무력의 싸움이 아니라 이야기의 싸움에서 승리하는자가 결국은 세상을 끌어가는 것이리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가끔은 실현 불가능한 망상을 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한다고 자책하고는 했지만, 바로 이 생각들의 발전이 현재의 우리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되니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좀더 다르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기는 하지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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