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의 유머러스한 에세이에 기대한 만큼 웃기지는 않다. 닉혼비는 어디 있나. 10년의 한국생활, 한국에 대한 애정, 이 책을 볼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이라는 사정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영국으로 돌아가 썼다면 좀더 신랄하고 적나라했을지도 모르겠다. 총평하자면 한국사람 다됐네.
저자보다 옮긴이의 글이 더 많은 책. 애초에 그리 두텁지도 않은데. 건축용어들을 빼면 거의 두배에 가까울듯. 사상의 내용보다 표현형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 사회 문화적 행위의 원리가 되는 심적 습성이라는 개념 등 써먹어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있다.
진지하게 말하는게 못내 쑥스러워 두툼한 장난 속에 조금씩 넣어 만든 이야기들. 아직은 서툴다. 장난은 센스 있고 내 취향이지만 자주 한걸음씩 선을 넘고, 진지할 때는 조금 오글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좋다. 10년 후엔 배우로서도 작가로서도 열성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