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주인이 쓴 책은 물론 책을 사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이 책은 헌책방이 무대라 책을 팔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개 한두 장면으로 끝나는 에피소드라면,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좀 더 다채롭다. 많은 책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경우가 특히 흥미로운데, 충분히 쌓인 개인의 장서는 곧 개인의 사유와 생활의 역사이고 그것이 소장자의 죽음이나 이주 등의 이유로 일괄 정리되고 새로운 독자에게 팔려나가는 것은 그 역사가 짧은 기간 공개되면서 동시에 해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맥락 속에서 의미있던 책들이 뿔뿔이 흩어져 새로운 맥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인간의 육체가 장례식을 거친 뒤에 흙속에서 본래의 유기성을 잃고 새로운 자연순환의 고리로 환원되는 것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건조한 서술 뒤에 가끔 추모의 말이 생략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쓰니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매우 코믹한 책이고 그게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