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김원영, 남다은, 정희진, 최은영, 앨리슨 벡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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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에 흐르던 영지의 음성은 이렇게 끝난다. "그때 만나면 다 이야기해 줄게." 우리는 어떤 얼굴을, 어떤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잃은, 아니 빼앗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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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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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 액션 영화를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주인공의 발길질 한 번에 나가떨어지는 

'악당1, 악당2, ... , 악당 100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겠지?'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들도 소중한 사람이겠지?'

어쩌면 그들은 주인공보다 훨씬 특별하거나 기구한 사연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조명을 받지못했을 뿐.


<피프티 피플>은 마치 그 단역 배우들에게 조명을 비춰주는 이야기 같았다.

한 명당 고작 너댓 장의 짧은 사연이지만 

마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구체적인 이야기 덕분에

몇 몇 인물들은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슬픔과 기쁨, 행복과 절망 등 갖가지 감정이 섞인 이야기들이

서로 엉키고 섥혀 새로운 이야기가 구성된다.

보통의 소설에서 접하지 못한 방식이라 독특하게 느껴졌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으니까.


조명의 각도를 살짝 틀어준 것만으로도 바뀐 것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누군가의 모습이 다른 누군가의 삶에 투영될 때 새로운 감정이 느껴졌다.

'어쩌면 나도 내가 아는 사람의 숫자만큼의 내가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는 질문과 함께.

무엇이든 좋다.

안그래도 짧은 인생에 여러가지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일테니.


책장을 모두 덮은 후 다시 표지로 돌아오니 50명의 이름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각각의 은은한 빛을 뽐내며.


담당 교수 뒤에 의자도 없이 서 있던 젊은 의사가 위를 올려다보며 고개의 각도를 조금씩 계속 바꾸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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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김원영, 남다은, 정희진, 최은영, 앨리슨 벡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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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self.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범람하는 세상이지만, 자신에 대한 태도는 많은 경우 자신을 대했던 주변 사람들이나 세상의 태도를 닮기 마련이다. 많이 아팠니?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니?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은희 또한 자신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은희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목소리가 지워진 사람. 공감받을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을 존중하고 심지어 사랑하기까지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은 함부로 다루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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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김원영, 남다은, 정희진, 최은영, 앨리슨 벡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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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원형적 서사로 만들려 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은 깊숙이 ‘내 이야기’인 것은 결국 다른 이의 이야기가 된다는 당연한 결론이었다. 가장 구체적일수록, 그것은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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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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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발목이 차가워진 것을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의 무덤 앞에 쌓 인눈 더미 속을 여태 디디고 있었던 것이다. 젖은 양말 속 살갗으 눈은 천천히 스며들어왔다. 반투명한 날개처럼 파닥이는 불꽃가장자리를 나는 묵묵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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