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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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진지가 오래지 않아 문학상에 대한 관심 또한 얕았다.

전문 심사위원의 평가로 선정된 상이라는 것이 분명 높은 작품성을 보증 받는 일이기는 하나

때로는 오히려 그러한 타이틀이 진입에 대한 높은 장벽을 만들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선입견에 갇혀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그동안 멀리해왔다.


그런데 그런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계기는 무척 단순했다.

이번 책과 같은 출판사인 문학동네에서 발간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초판이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것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볼만하겠는데로 시작해 이제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리고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만큼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매력이 있었던 것이겠지.


이번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었으나 필진의 명단을 들여다 보면 

결코 그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가 여성이란 점에서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김금희, 은희경, 황정은, 권여선과 같은 쟁쟁한 작가의 작품을

하나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낯설은 작가들 중에서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아가는 젊은작가상과는

또다른 매력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기대했던 네 분의 베테랑 작가들 대신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덜했던 최은미 작가의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보아야 할 몇 가지 이유'가 가장 인상 깊었다.

작년 한 문예지에서 박 모 시인이 쓴 소설에 대한 칼럼 덕분인지

소설로 소설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직 한국 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아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소설이 가지는 경험적 의미를 작가 본인 고유의 색채로

잘 풀어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여러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살펴 보는 일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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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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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무척이나 친숙하다.

64(육사)라는 작품을 수도 없이 추천 받았기 때문인데 아직 64를 읽지는 못했지만

이왕이면 최신작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다.

(이상하게 추천수가 너무 많아지면 후순위로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64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에 이번 책도 범죄 혹은 경찰과 관련한

이야기일거라 확신했는데 요코야마 히데오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미스터리 장르의 대가 답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은 이야기 내내 계속된다.

특별한 악역을 내세우거나 참혹한 범죄를 만들지 않고도 

오묘한 긴장감을 증가시키는 모습을 보면 그의 작품에 길게 따라붙는

수상 타이틀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살면서 이사의 경험은 딱 한 번뿐이기에 집에 대해 감정이 애틋하진 않았다.

오히려 어릴 적 동네를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을 보며

집의 향수보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작별의 아쉬움이 더 컸던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가족과 함께한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마다 따라 붙는(64의 팬으로 보이는)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이 작품으로 인해 64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졌으니까.

분명 흡인력과 연출력을 갖춘 소설이지만 그 힘이 발현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건축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진입 장벽이 조금 낮을 수도 있겠지만...

뭐 아무튼 전반부를 조금 더 압축했다면 훨씬 좋은 평가가 나왔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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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운동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성이 제일 처음 읽는 책 - 피지컬 트레이닝 분야 최고 전문가가 알려주는 의학적으로 여성에게 가장 효과적인 최상의 운동법 의사에게 ‘운동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처음 읽는 책
나카노 제임스 슈이치 지음, 박재현 옮김, 이토 에리 감수 / 랜딩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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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여성이라면 운동의 시작 그 자체가 막막한 도전일 수 있습니다. PT는 비용을 비롯해 부담되는 부분이 많고 혼자서 하려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감이 안오는 상황. 그런 분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오직 여성만을 위한 운동의 세계로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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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 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아무한테나 팔면 꿈값을 못 받아

저희 가게는 연중무휴, 매일매일 좋은 꿈을 잔뜩 쌓아 두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기껏해야 미래의 한 장면밖에 보지 못한단다. 아주 짧지, 찰나와 같아.

저 꿈들은 그런 시시한 것들이란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판매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은 특별해질 수도 있겠지.

전혀요. 오히려 미리 안다면 정말 불행할 거예요.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너도 나처럼 오래 가게에서 일하다 보면 알게 될 게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오늘은 아직 좋은 꿈이 잔뜩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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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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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소설이다.

어려운 표현이 난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을 공유하기가 힘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악역이 아니다.

나의 꿈을 처음으로 응원해준 동생과 그 보답으로 동생의 회복을 돕는 나,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하는 부모님까지.

각자의 어려움에 갇혀 서로를 돌봐줄 여유가 없을 뿐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 중 누구도 행복한 모습을 할 수 없다.

그들의 불행의 원인은 모두가 다르지만 그들이 함께함으로 인해 

그 불행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모두가 꼭 진하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않은가.

서로에게 보탬이 될 수 없는 관계라면 설령 가족이라도

거리를 두는 편이 정답인 듯싶다.

아니 적어도 이 작품 속의 가족은 분명 거리를 두는 편이 더 행복에 가까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불행의 원인이 가족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가족 중 어느 한쪽에게 무거운 짐이 기울어지는 순간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불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소설은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연애 소설이 될수도, 사회파 소설이 될수도 있겠지.

지금은 안타까운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책을 읽다 문득 '평범한 가정'이란 것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 드라마, 영화에서 봤던 가족의 모습이 가장 평범한 가정의 모습일까?

아침이면 모두 바삐 뛰어다니고 식사를 준비한 엄마 혼자 그들에게

밥 한술이라도 먹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과연 가족이란 집단의 기준값일까?

아마 가장 보통이라고 여겼던 모습이 가장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책을 필사한다 한들 이들이 처한 문제의 답은 찾기가 힘들 것 같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듯이, 너무 당연해 이유를 붙일 까닭 없이, 그 사람과 나는 만나왔다.

p.11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p.117


그러나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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