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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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무척이나 친숙하다.

64(육사)라는 작품을 수도 없이 추천 받았기 때문인데 아직 64를 읽지는 못했지만

이왕이면 최신작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다.

(이상하게 추천수가 너무 많아지면 후순위로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64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에 이번 책도 범죄 혹은 경찰과 관련한

이야기일거라 확신했는데 요코야마 히데오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미스터리 장르의 대가 답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은 이야기 내내 계속된다.

특별한 악역을 내세우거나 참혹한 범죄를 만들지 않고도 

오묘한 긴장감을 증가시키는 모습을 보면 그의 작품에 길게 따라붙는

수상 타이틀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살면서 이사의 경험은 딱 한 번뿐이기에 집에 대해 감정이 애틋하진 않았다.

오히려 어릴 적 동네를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을 보며

집의 향수보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작별의 아쉬움이 더 컸던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가족과 함께한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마다 따라 붙는(64의 팬으로 보이는)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이 작품으로 인해 64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졌으니까.

분명 흡인력과 연출력을 갖춘 소설이지만 그 힘이 발현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건축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진입 장벽이 조금 낮을 수도 있겠지만...

뭐 아무튼 전반부를 조금 더 압축했다면 훨씬 좋은 평가가 나왔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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