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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년범죄, 미성년자 상대 범죄를 공부할 때 봤던 사례를 그 시각에서 모두 읽은 사회로 떠밀려서 갈 곳 없이 범죄를 선택하는 과정을 보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범죄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하여 가출소년들을 비난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소설이 무겁고 암울하게 끝나지 않은 점은 ‘인수’가 본인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비슷한 소년 ‘이호’를 어른으로서 보듬어준다는 점에 있다. ‘즐거운 우리집’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되지 말라고, 옳지 않은 길로 가지 말라고 말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서 일말의 희망도 읽을 수 있었다. ‘경우’는 이제 인수의 곁에 없지만, 우리 주변엔 늘 또 다른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뭉클한 여운이 남는다.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잘 보호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