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 거야.” /p.95



고양이 덕후들이라면 아마 모두가 공감할 이 간결한 문장에 매료되어 서평단을 지원했다. 고양이는 안는 것. 고양이는 안는 것이라니. 어쩜 이리 적절한 문장이. 이 소설의 제목은 마치 내 주변에 고양이가 없는데도 내가 고양이를 안고 있는 듯 포근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고양이털 알레르기를 가진 저는 고양이를 안을 수 없지만 말입니다…또륵)

이 책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5편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소설이 된다. 1화는 ‘요시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요시오는 그 동안 사귀어왔던 사오리를 잃어버리고 애타게 찾아 헤매는데, 그 사오리라는 존재는 바로 다름아닌 인간. 음? 그렇다면 요시오는? 고양이다. 이 소설은 너무나 사랑스럽게도, 의인화된 고양이들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소설 <고양이는 안는 것>은 고양이와 고양이, 고양이와 인간, 인간과 인간의 애절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가는데(p.296), 특히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에서는 고양이들의 단순하면서도 시크한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이라 쓰고 고양이라 읽습니다)들의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대화들이 읽는 ‘인간’에게는 그저 해맑고,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소설의 이런 면목을 알아본 걸까.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메종 드 히미코>의 감독, 이누도 잇신이 이 책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고양이들을 의인화해 표현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영화를 찾아 보고 싶은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아쉬워하는 중.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아마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매 화마다 화자의 시점이 바뀌는 것도 신선하고, 무엇보다 소설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어떤 내용을 적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실 남기고 싶은 말은 이 한 마디였다.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 나오는 고바야시 서점은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 실제로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서점의 주인 고바야시 유미코씨 역시 실존 인물로, 이 이야기는 유미코씨와 남편 마사히로 씨의 실제 에피소드(논픽션)와 소설 주인공 리카의 성장 이야기(픽션)로 구성된 ‘논픽션 노벨’이다. 

주인공 리카는 이제 막 출판유통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그러나 리카는 책에 대한 흥미는 커녕 인생에 대한 특별한 목표도 관심도 없다. 사회 초년생의 삶이라는 것이 원래부터 실수의 연발인 것은 당연지사. 리카 역시 출판유통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도 없는 채로 잘하고픈 욕심이 앞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 후,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에 가 보라는 지시를 받게 되고, 작고 오래된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씨를 만나 특별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일도 사람이랑 마찬가지야. 조금씩 좋아지면 되는 거야. /p.89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났다. 그 때는 회사에 적응하느라 내가 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매일을 버텼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 일에 흠뻑 취해 있었다는 것을. 버텨냈다고 생각했던 하루 하루가 사실은 그만큼의 경험치가 되어 내 안에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조금씩 좋아졌던 나의 일. 주인공 리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나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장사란 뭐니 뭐니 해도 참고 계속하는 게 중요하지. 누구든 깍듯하게 접대하는 것. 만에 하나 불량품이 있다면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일이 쌓인 후에야 비로소 손님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거야. 책을 팔 때도, 우산을 팔 때도 마찬가지지. /p.175

일본인들의 직업정신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회사에 소속된 회사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요구되는 투철한 직업정신. 정확한 시간 엄수는 기본. 매일 거울을 보며 구호를 복창하고, 유니폼을 점검하는 철두철미함. 당연한 일이지만, 여유 시간에 가만히 멍 때리고 있거나 휴대폰을 만지는 시간이란 존재할 수 없는 철저한 ‘일’의 개념을 나는 일본에서 배웠다.

그들의 책임감, 성실성, 겸손함. 일하는 곳이 ‘회사’든 ‘가게’든, 어느 곳에서나 본인만의 직업정신을 가지고 일했던 사람들의 아우라를 나는 잊지 못한다. 고바야시 유미코씨가 리카에게 ‘장사’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대목에서는 일본 사람들과 일했던 기억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된 것도 이 때문. 이 책을 읽으며 리카의 연이은 업무적 성공과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흐름이 단조롭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으나,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일본인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알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다. 

📚“이누무라 클럽은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올까요?”
“모두 책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아닐까? 학교나 회사에서는 이제 독서가 특이한 취미가 되었으니까.” /p.192

독서가 이제는 특이한 취미가 되었다니.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북스타그램을 보면 아직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를 읽으면 딱 이런 느낌이 든다. 아, 아직도 책은 사랑받고 있구나. 함께 나눌 수 있구나. 책을 좋아하는 게 그리 외롭기만한 일은 아니구나, 하고. 그래서 오늘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책을 펴든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에는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그런 독서가 아직은 너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개츠비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번째 읽어보는 <위대한 개츠비>. 얼마 전 읽었던 개츠비가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어려웠던 데 비해 윌북의 개츠비는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은, 쉬운 번역으로 되어 있는 듯 하다.

지난 번에 읽었던 개츠비는 ‘과연 개츠비는 정말 위대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개츠비가 진정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일단 데이지는 개츠비가 사랑할만한 여자였을까? 5년만에 데이지를 만난 개츠비는 데이지의 목소리에 돈이 많다고 말한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데이지가 세속적인 여자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는 과거를 돌려놓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는 데이지와 달리, 바꿀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과 함께.

왜 개츠비는 지나간 과거마저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을까. 개인적으로 개츠비는 과거 가난했던 자신의 가족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갔던 만큼, 사랑에 있어서도 자신이 목표로 한 사람과의 사랑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는 어떠한 압박감, 조바심 같은 게 작용했던 건 아닐까. 물론 데이지를 사랑하기도 했겠지만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개츠비의 노력이 단순히 ‘데이지’를 향한 열망이라기보다는 늘 완벽하고 빛나야하는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번에 했던 ‘개츠비는 정말 위대한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면, 지난 번에는 역설적 의미의 위대함에 한 표를 던졌다면 이번 책을 읽은 후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개츠비의 열망이 데이지만을 향한 것이든, 자기 자신의 삶을 향한 것이든 그 열망과 순수함에 대해서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 하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주변인들에 비해 삶과 사랑을 순수하게 갈망했던 개츠비. 과연 그에게 위대하다는 수식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윌북의 첫사랑 컬렉션으로 만나본 <위대한 개츠비>는 편안한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만약 번역의 문제로 개츠비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윌북의 위대한 개츠비로 한 번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가독성 좋은 번역으로 술술 읽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정해 마지 않는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 중 최신간이다. 늘 그렇듯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책은 평온하고, 따뜻하다.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그들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날들이다. 그러나 그 하루의 끝에서 사와무라 씨 댁의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상은 특별하고, 가끔은 다소 철학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한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말이다.

완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플래그를 붙여놓은 에피소드들을 다시 펼쳐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를 읽고 있으면 생각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사와무라 씨 댁에는 바로 그것이 있어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더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
김경일.김태훈.이윤형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TV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인지심리학이라는 게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인지심리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앗, 간파당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느낌. 이 책은 나와 같이 인지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 분의 교수님께서 친절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나가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인간의 ‘뇌’에서 출발한다.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머리, 즉 뇌에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인지심리학 역시 뇌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뇌 자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뇌의 작용에 의한 결과물인 인지’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특히 뇌의 구조 중에서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든 대뇌피질의 작용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인지심리학이다.

뇌의 여러 작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재미있는 대학 강의를 듣는느낌이다.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벼락치기를 제대로 하는 방법이었는데, 학창시절 나의 벼락치기가 시험에 완벽한 대비가 되지 못했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의 여러 주제를 일상의 경험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평소 우리가 궁금해했을 법한 일상적인 주제들로 다양하게 물음표를 던지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답을 풀어나간다. 예를 들면 내가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은 우리가 맛이라고 느끼는 감각의 대부분이 사실은 냄새라는 것(그래서 코를 막고 양파를 먹으면 사과처럼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흔히 의지력을 정신력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의지력은 결국 체력의 문제이며, 정신력만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그래서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은 실로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앎과 모름의 식별 능력, 메타인지’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로써 학창시절의 나에게는 진정한 벼락치기를 위한 준비 뿐만 아니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진정한 앎’도 사실은 부족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웃음). ‘왜 우리는 늘 사람을 만나고 싶어할까?’나 ‘동양인과 서양인은 정말 다를까?’, ‘우리는 AI보다 못한 존재일까?’ 챕터도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인지심리학이 처음인 분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어렵고 딱딱한 용어나 실험의 나열이 아닌, 인지심리학을 알아가고자 하는 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쓰여진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알고보니 ‘~는 처음이지?’라는 제목은 ‘과학이 꼭 어려운 건 아니야’ 시리즈의 연속이었는데,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까지는 어렵겠지만 지구와 생명의 역사는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

-본 리뷰는 북멘토 에서 도서지원 을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