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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에 나오는 고바야시 서점은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 실제로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서점의 주인 고바야시 유미코씨 역시 실존 인물로, 이 이야기는 유미코씨와 남편 마사히로 씨의 실제 에피소드(논픽션)와 소설 주인공 리카의 성장 이야기(픽션)로 구성된 ‘논픽션 노벨’이다.
주인공 리카는 이제 막 출판유통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그러나 리카는 책에 대한 흥미는 커녕 인생에 대한 특별한 목표도 관심도 없다. 사회 초년생의 삶이라는 것이 원래부터 실수의 연발인 것은 당연지사. 리카 역시 출판유통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도 없는 채로 잘하고픈 욕심이 앞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 후,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에 가 보라는 지시를 받게 되고, 작고 오래된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씨를 만나 특별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일도 사람이랑 마찬가지야. 조금씩 좋아지면 되는 거야. /p.89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났다. 그 때는 회사에 적응하느라 내가 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매일을 버텼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 일에 흠뻑 취해 있었다는 것을. 버텨냈다고 생각했던 하루 하루가 사실은 그만큼의 경험치가 되어 내 안에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조금씩 좋아졌던 나의 일. 주인공 리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나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장사란 뭐니 뭐니 해도 참고 계속하는 게 중요하지. 누구든 깍듯하게 접대하는 것. 만에 하나 불량품이 있다면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일이 쌓인 후에야 비로소 손님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거야. 책을 팔 때도, 우산을 팔 때도 마찬가지지. /p.175
일본인들의 직업정신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회사에 소속된 회사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요구되는 투철한 직업정신. 정확한 시간 엄수는 기본. 매일 거울을 보며 구호를 복창하고, 유니폼을 점검하는 철두철미함. 당연한 일이지만, 여유 시간에 가만히 멍 때리고 있거나 휴대폰을 만지는 시간이란 존재할 수 없는 철저한 ‘일’의 개념을 나는 일본에서 배웠다.
그들의 책임감, 성실성, 겸손함. 일하는 곳이 ‘회사’든 ‘가게’든, 어느 곳에서나 본인만의 직업정신을 가지고 일했던 사람들의 아우라를 나는 잊지 못한다. 고바야시 유미코씨가 리카에게 ‘장사’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대목에서는 일본 사람들과 일했던 기억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된 것도 이 때문. 이 책을 읽으며 리카의 연이은 업무적 성공과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흐름이 단조롭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으나,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일본인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알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다.
📚“이누무라 클럽은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올까요?”
“모두 책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아닐까? 학교나 회사에서는 이제 독서가 특이한 취미가 되었으니까.” /p.192
독서가 이제는 특이한 취미가 되었다니.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북스타그램을 보면 아직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를 읽으면 딱 이런 느낌이 든다. 아, 아직도 책은 사랑받고 있구나. 함께 나눌 수 있구나. 책을 좋아하는 게 그리 외롭기만한 일은 아니구나, 하고. 그래서 오늘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책을 펴든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에는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그런 독서가 아직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