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들기 전에 절반을 읽고
아침에 청소를 하고 난 후에 후딱 읽었다.
책에는 사진이 많이 삽입되어 있기에
부담없이 훌렁훌렁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은
버튼 홈스라는 미국인의
서울 여행기다.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여행과 사진, 활동사진에
아주아주 푹 빠진 사람이더라.
여행과 관련한 강여도 수천번 했던 사람이고...

이 사람은 미래에 책에 활동사진(동영상)이 삽입될 거라고 그러면 기록을 남겨놓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겠으며 후대에 그 기록을 접하는 이들이 연구하기도 쉬울 거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다. 이 사람은 백 년 후의 미래를 예언했다.

버튼 홈스가 방문한
100여 년 전의 서울의 모습은
`여행기`라는 낙천적인 외형을 띄고 있지만
실상 그 내면을 살펴보면
약소국의 살움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그런지 미국에대한 호의적인 부분들이 몇 곳 발견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강대국들 틈에서 허우적거리는 코리아에 대한 동정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영감을 받았고
예전 서울의 빽빽한 기와집들의 사진들이
낯선 도시를 보는 듯 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대한제국 백성들의 모습과 낯선 풍습을
엉뚱하게 풀이하는 구절들이
무척 재미있기도 했다.

특히나
여성들이 쓰던 장옷에 대해
주워들은 이야기에 빵 터졌다.

그는 서양인이었지만
당시의 코리아를 미개한 문명으로 끌어내리지 않고 낯설지만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당시 동양의 문명을 무시하고 미개하다고 보던 서양인들의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편하게 읽는다면 아주 편하게 예전 서울의 모습을 감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이런 류의 책들을 더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서울역사박물관에도, 덕수궁에도, 경복궁에도...가봐야겠다. 이미 여러 번 다녀왔던 곳들이지만 이 책을 읽고 가면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
버튼 홈스는 미국의 여행가이자 사진가, 영화감독이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16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할머니와 함께 유럽여행을 갔다가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시카고로 돌아와 발표했다. 비행기가 아직 없던 시절, 그는 여행으로 전세계를 여섯 번, 대양을 수십 번 왕래했다. 81세까지 여행과 관련된 강연을 8천 번 이상 했는데 사진(슬라이드쇼)과 활동사진 등을 활용했다.

*
이 책을 통해
내가 그동안 잘 못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들도 몇 가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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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연구 과제이다. 왜냐하면 모든 삶은 신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없다. 삶을 묘사하는 것이 예술의 목표이자 목적이다. 전기(삶의 기록)는 문학의 목표이자 목적이다. (123)

군대는 이미 6번이나 변형되었다. 왜냐하면 왕의 호의를 얻어낸 외국 훈련 교관들이 돌아가면서 군대를 장난감처럼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205)

무엇이 득세할까? 전기를 가진 미국? 종교적 가르침을 가진 교회? 군대와 상술을 가진 일본? 외교와 인내를 가진 러시아? 아니면 고요한 얼굴을 한 80명의 기생과 많은 풍수사를 가진 대한제국의 황제? (207)

[주석]
고종은 1896년 9월 29일 조칙을 통해 (중략) 경운궁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 개조를 명하고, 독립협회로 하여금 독립문 건립을 추진토록 하였다. (중략) 당시의 경운궁 앞, 현재의 서울광장 위치에 백성들이 집회를 열 수 있도록 광장을 마련했으며 탑골공원 또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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