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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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확신한다. 가장 근사한 사랑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랑이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 내 행성 전체가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우주를 건너 너를 찾아왔고

이 야만적이고 폭력 가득한 지구를 견딜 정도로

정말 많이 너를 사랑하는 존재


그런 존재를 사랑하지 않기란 정말 힘들 거다.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더더욱.


사랑이야기에 흔히 보일 법한 갈등이나 오해 하나 없이 시작부터 이렇게 완전한 사랑을 깔고 들어가는데도 이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다. 정세랑 작가의 필력 때문이기도 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해피엔딩' 이후에도 삶은 끝나지 않는다!) 소소한 고민이 있고, 친구와 (외계인) 연인과의 갈등이 있다. 그러니 한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에코 - SF - 로맨스 - 스릴러 (한스푼) 잡다한 장르를 다 섞은 글이지만 혼란의 기미 없이 조화롭고 즐겁다.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순두부 찌개를 닮았다. 이리저리 흐르는 서사에서 한아는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아는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고, 그건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로맨스 장르의 정의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 한다면 <지구에서 한아뿐>은 로맨스는 아니다. 글의 시작에서 사랑은 이미 이루어졌다. 한아에게 그건 하나의 주어진 명제다. 누군가 자신을 완벽히 사랑한다는, 멋지지만 삶의 전부는 아닌 사실. 그러나 삶을 조금 더 빛나게 하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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