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짐은 참 신기한 현상입니다. 기억을 삭제하고 바꿔버리거든요. 제 첫 고수는 십여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정통' 베트남식 쌀국수였습니다. 한국의 맹한 듯 무난한 쌀국수를 생각했던 전 향신료와 낯선 기름기와 고수 가득한 국물에 토할 뻔 했었죠. 정말로요. 돈이 아까워 꾸역꾸역 역한 국물을 삼켰던 기억이 분명한데... 그 맛이 기억이 안 나요. 왜냐하면 지금 제 입에 고수는 아무리 넣어도 부족한, 최상의 식재료니까요. 아니 어떻게 고수가 역할 수 있죠? 고수란 그렇습니다. 빠지면 끝이에요. 싫어했던 과거조차 현재의 렌즈를 투과하여 왜곡됩니다. 그러니 저는 요리를 업으로 삼는 저자가 난데없이 어느날 고수에 빠져 40여개 요리에 고수를 접목한 레시피를 개발해 책까지 출간한 현상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수, 맛있죠. 뭐 좀 아시는 분이네요. 미식 여행 중에 고수에 매력을 깨달으셨다니 부러워요. 고수요리 수십개를 생각해 내신 열정과 실력도 부럽구요. 이렇게 한국의 고수매니아들을 위한 책까지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수 넣은 부침개는 이미 해먹었던 거라 조금 뿌듯합니다. (깻잎쑥갓방아고수 죄다 때려넣고 부쳐서 고추간장에 찍어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그 외 레시피도 찬찬히 따라해 보고 싶어요. 고수만의 매력을 살려내는 새롭지만 근사한 조합을 기대합니다. 싫다가도 어느새 다가와 미뢰를 사로잡는 고수... 점차 마트에서도 시장에서도 일반 식당에서도 등장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지요. 이 책과 책에 포함된 조리법이 널리널리 알려져 고수의 활용도 수요도 늘어나고 고수 공급도 늘어나서 저렴하게 쉽게 고수를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모두의 고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