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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정영훈 엮음, 정윤희 옮김 / 소울메이트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로 노인의 시기를 몇 세에 두어야 하는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혜택을 두기 위해 경로우대라는 낙인을 찍어야 하는 점에서 필요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노인이라는 시기를 인식하며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기원전 106년에 태어나 문인이고 철학자이며 정치가로서 명성을 날린 키케로가 말하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누구나에게 그런 삶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노인 이전의 시기부터 어떻게 노년을 보내야 하는지의 고민은 해봐야 할 것이다. 그럼 그런 고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노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지혜를 담은 책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에 그 해답이 담겨져 있다.
키케로는 어리석은 자는 노년을 짐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현명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혹은 노년가 맞서기 위해서는 자연을 신처럼 따르고 최고의 지도자로 여기고 그 섭리에 충실히 순응하면서 살아야 하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하며 학문을 익히고 미덕을 널리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인간이 노년기를 두려워하는 또는 불만족스러운 이유를 네 가지-첫째는 활동이 부자유스러워진다는 점, 둘째는 체력이 노쇠해진다는 점, 셋째는 육체적인 쾌락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점, 넷째는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다는 점-로 정리하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혜의 말을 전한다.
“나무에 열린 열매와 들판에 자란 곡식들도 어느 정도 영글고 나면 자연스레 바닥에 떨어지는 것처럼, 모든 드라마에는 엔딩이 필요하다.”
[활동이 부자연스럽다?]
노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체력은 노쇠하기 마련이다. 이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노인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해봐야 한다. 판단력과 분별력은 오히려 노년기에 더욱 높은 수준에 도달하게 되므로 언제나 주의하고 노력한다면, 지적인 능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작업에 몰두하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던 선례들을 보며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하루하루 늙어가는 삶이 즐겁지 않을까?
“노인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지혜로운 노인들이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젊은이들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듯이, 젊은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음으로써 더욱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듯이, 젊은이들도 지혜를 나누어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노인들의 가르침을 감사히 생각한다.”
[체력이 쇠약해져 노년이 비참하다?]
기력이 쇠하는 이유는 그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굳이 자연스럽게 노년이 된 시기에 체력이 쇠약해졌다고 아쉬워할 일이 아니다. 이럴수록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겨라. 노년기의 원숙은 자연의 섭리라고 한다. 따라서 노년기에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근면함과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항상 책을 보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슬그머니 다가오는 노년을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처럼 인생이란 나도 모르게 흘러서 어느새 노년기에 이르며,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거쳐 서서히 꺼지게 마련이다.”
[쾌락에서 멀어져 노년이 싫다?]
육체적인 쾌락에서 멀어지는 것은 단점이 아니고 장점이다. 쾌락은 깊은 사고를 방해하고, 이성에 대항하며,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미덕과 함께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욕망을 차단해 버리는 노년기는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여흥이나 쾌락자체를 강렬히 원하지 않는다. 굳이 미리 집착하지 말자. 정신적인 쾌락이 정답이다. 학문과 연구를 통해서 노년을 보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임을 명심하자.
“세월이 지나도 시큼해지지 않는 와인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성격 또한 그러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정해진 선을 지켜야만 한다.”
[죽음이 목전이라 노년이 고통스럽다?]
죽음의 문제는 굳이 노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이라고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하는데 노인은 이미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람이라고 위안을 삼아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짧은 세월에 집착하지 말고 세상만물이 그렇듯 인간의 삶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노년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연극의 마지막 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지겹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지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오래전부터 노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나이가 되면 품위 있고 인자한 모습으로의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지금보다 뭔가 다른 장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줄곧 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했던 것에 더욱 확신이 섰다. 책은 노인이 되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아우르며 설명하고 있는데 키케로의 조언대로 제대로 실천한다면 지금의 삶에서 노년의 삶까지 거쳐야 할 과정에서 두려움 보다는 희망과 즐거움만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죽음 후에 나의 존재가치를 위해서 생전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명확히 찾게 되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먼저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