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시집 ㅣ 문예 세계 시 선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와 같은 최대 걸작을 쓴 세계적인 문학가 괴테의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가끔 시를 읽는 나에게는 하나의 시험일 수 있다. 과연 그의 시를 이해하며 그의 심상에 근접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정성이 강한 시이기에 이는 내가 좋아하는 서정시의 근간이 되기에 그런 염려를 잠시 내려놓게 되었다.

 

목차를 보니 괴테의 시를 네 개의 시기로 분류하였다. 젊은 날의 시(1765~1775), 초기 바이마르 시절의 시(1775~1786), 이탈리아 여행 이후의 시(1788~1813), 만년의 시(1814~1832) 로 말이다. 처음부터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시를 읽다보면 술술 읽히는 서정시로만 보일 텐데 시기마다 괴테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읽다보면 시가 주는 느낌이 매우 다양하고 시인의 주관적 정서와 개인적인 감정표현을 듬뿍 담고 있는 서정시의 진수가 느껴진다.

 

<들장미>와 같은 민요풍의 시도 있지만 연애와 약혼과 뒤 이은 파혼으로 물들어진 젊은 날은 그의 시의 주제가 되어 그리움과 연인에 대한 간절한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담고 있는 시가 주가 되었다.

 

“사랑하는 이여,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족하다.”

 

“너를 생각만 하면

달을 바라보는 듯하여

고요한 평화에 감싸인다.

왠지 모르지만.”

 

“너를 위해 다시는

꽃도 장미도 꺾지 않으리.

프란치스카여, 지금은 봄이지만

나는 쌀쌀한 가을 같구나.”

 

바이마르 공국에서 요직을 맡으면서 60년간 괴테의 삶에 영향을 미친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을 뜨겁게 사랑하여 쓴 시들과 그의 사상이 담긴 시는 초기 바이마르 시절의 시에 담겨 있다.

 

“아,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당신도 나를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이 진실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아, 당신이 가까이에 있으면

사랑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깊이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업무에서의 탈출, 매너리즘에 빠진 창작활동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한다. 이탈리아 여행의 시작에서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과는 헤어지게 되고 여행의 끝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그 사랑을 통해 관능적인 기쁨을 노래한 시와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깊이를 느끼는 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요람과 관 사이에서

삶이라는 긴 수로를

느긋하게 흔들리며 떠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품에 안겨서도 여러 번 시를 쓴 적이 있고

그녀의 등 뒤에서 손가락으로 육각운의 운율을 가만히 헤아리기도 했다.

그녀는 사랑스럽게 잠자면서 숨을 쉬고,

그 숨이 뜨겁게 내 가슴의 가장 깊은 데까지 타들어간다.”

 

만년이란 시기에 걸맞게 60대 후반의 괴테는 문단의 시대적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의 지혜와 진리를 담은 시를 쓰게 된다. 이 때 페르시아의 대시인 하피스의 시집에서 풍기는 동방의 신비로운 자연과 관능의 희열에 사로잡혀 <서동 시집>을 쓰게 된다.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으면

지나간 일에 구애되지 말고,

쉽게 화를 내지 말 것.

언제나 지금을 즐길 것이며,

특히 남을 미워하지 말고,

앞날은 하느님께 맡길 것.”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세상 살다보면

어느새 알게 되느니라.”

 

한 권의 시를 통해 괴테의 전 생애를 엿볼 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의 삶을 크게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쓰여진 시들은 시기마다 그의 생각과 서정성이 약간 다름을 알게 해 주었다. 하지만 서정성을 통한 풍부한 감정전달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시들 사이에 배치된 그의 그림은 오히려 서정성을 극대화시켰다. 시와 그림까지 섭렵한 괴테의 능력은 어디까지였을지 존경심마저 든다. 한편 만년의 시에서는 단순히 서정시라고 일축하기 어려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방법과 진리까지도 시로 승화시켰기에 와 닿는 부분이 색달랐다. 서정시는 어떤 경험을 통한 영감이 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괴테의 시를 제대로 음미하고자 한다면 괴테의 발자취를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럼 시를 통해 괴테를 더욱 잘 알게 될 것이고 어느 새 괴테의 감정과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