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정재서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저자도 생소하고 책 제목도 생소한 이 책을 단순히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라는 부제를 보고 선뜻 읽고 싶어졌다. 이 책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그동안 읽어왔던 고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책을 받아들고 두께에 비례한 방대한 양의 지혜서라는 사실을 알고 무게감을 느끼며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서기간도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혜의 주머니라는 뜻을 가진 <<지낭>>에 대해 먼저 알고 싶었는데 옮긴이 서문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자세한 소개를 덧붙여본다.

 

“<<지낭>>은 풍몽룡이 중국의 역대 사적뿐 아니라 필기, 야담, 민간 전설 및 시사등에서 ‘지혜’와 관련된 1천2백여 가지 이야기를 뽑아 이를 총 열 개의 부로 나누어 엮은 것이다. 그리고 각 이야기에 평어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본문과 관련된 고사를 덧붙였다. 내용 또한 치국의 지혜, 용병의 지혜, 송사의 지혜, 처세의 지혜, 삶의 소소한 상황에서의 작은 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낭: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는 1천2백여 편의 원작 중 150여 편의 에피소드를 선별하여 수록하였는데 모두 아홉 개 장으로 나누어 구성하였으며 삶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장, [멀리 내다보고 크게 계획하라] : 남보다 멀리까지 내다보고 크게 계획할 줄 알았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하였다. 내용의 핵심은 지혜가 있어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데 옳고 그른지를 분별하기 위해서는 통찰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담아놓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판단과 행동을 보며 통찰력과 순발력을 갖추고 크고 넓게 멀리 세상을 보라고 조언한다.

 

2장, [사소한 단서로 미래를 풀어라] : 앞일을 내다보는 안목, 즉 선견지명의 지혜를 다룬 이야기를 묶었다. 선견지명이 단지 좋은 쪽으로의 결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너무 앞서 나가다보면 화를 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선견지명의 지혜란 단순히 앞서 나가는 총명함이 아니라 총명함을 적절히 운용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며 예민한 관찰력과 뛰어난 판단력, 기민한 행동력까지 뒷받침되어야 그 지혜가 생긴다. 그리고 그 지혜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당나라의 명장 곽자의는 손님을 접대할 때마다 시녀를 불러 좌우에서 시중을 들게 했다. 그런데 노기가 온다는 말을 듣고는 시녀들을 모두 병풍 뒤로 숨겼다. 아들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 하자 곽자의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기는 용모가 추해 그를 웃지 않는 여인이 없다. 만약 시녀들이 그의 용모를 보고 웃는다면 훗날 그가 뜻을 얻었을 때 우리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3장, [경제로 세상을 구하라] : 경제와 관련된 역사 속 인물의 지혜를 담았다.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경제변화와 국방과 정치체제정비 대한 대응 방식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일에 있어서도 우선적으로 사람에 대한 헤아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유안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호적상의 인구가 많아지면 세금도 많아지므로, 재정을 유리하게 운용하려면 백성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4장, [합리적 사고로 인식의 틀을 깨라] : 맹목적인 믿음이나 잘못된 믿음에 합리적 사고로 대항 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듣기 좋은 말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정사를 논하고 불합리한 관습이나 악습을 타파하는데 필요한 언제나 깨어있는 인간 본연의 정신인 합리적인 사고가 무엇인지 전하고 있다.

 

5장, [조화로운 삶을 위해 현명하게 처세하라] : 다양한 상황과 관계에 따른 처세에 관한 이야기를 묶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준 것이 나중에 보답으로 돌아온 일,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절제한 일, 충고를 소홀히 하다가 고초를 겪은 일, 현명한 아내의 행동양식 등 다양한 처세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스승님이 생선을 좋아하는데도 받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 것이다. 생선을 받으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기색이 생기고 법을 어기게 될 것이다. 법을 어긴다면 재상의 관직에서 파면될 것이니, 재상의 관직에서 파면되고 나면 생선을 좋아한다고 해도 누가 그것을 주겠느냐? 생선을 받지 않으면 재상의 관직에서 파면될 일이 없다. 재상의 관직에서 파면되지 않으면 굳이 생선을 받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생선을 구할 수 있다. 남을 의지하는 것이 스스로를 의지하는 것만 못한 이치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느니라!”

 

6장, [진실을 파헤치고 명철하게 판단하라] : 백성들의 호소나 분쟁을 판결하는 송사에 관한 이야기를 묶었다. 송사는 오늘날의 변호사로 사람들이 화목하게 지내는 태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옳고 그름을 명철하게 가려내고 있는 일화를 소개하였다. 강력한 법치주의를 보여주었고 때론 인간의 존엄성에 기인한 내용도 있는데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합리적 사고와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판결하는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오래 전 즐겨 봤던 <판관 포청천>이란 드라마가 기억나는 장이었다.

 

7장,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라] : 자신이 가진 자원이나 힘에 의존하기보다는 상대의 특성과 상황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을 달성한 사람들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즉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함이 아닌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같은 편끼리 의심하고 서로 싸우게 해 내부 분열을 촉발시켜 적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계략인 ‘이간계’와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는 ‘장계취계’와 같은 방법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8장, [유연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하라] : 전투 상황에서 발휘되는 지혜를 다룬 이야기를 묶은 것인데 직접적 교전상황에서의 지혜뿐만 아니라 병력 손실 없이 적의 심리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상황과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상황에서의 지혜를 함께 묶었다. 적을 교란시키고, 적의 패를 무력화시키는 전술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의 일이다. 형세가 불리해진 항우는 유방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그의 아버지를 가마솥에 삶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유방은 초연하게 ‘우리는 의형제의 연을 맺지 않았던가. 나의 아버지는 너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대가 아버지를 삶아 죽이겠다면 어쩌겠나. 나에게도 삶은 국물 한 사발이나 보내주시게’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방의 아버지가 무사히 한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9장, [속임수로 비상식에 대응하라] : 기만책을 이용해 위험을 방지하고 난국을 타계하는 이야기를 묶었다. 기만이란 쉽게 말하면 속임수를 말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좋은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장에서는 비상의 위기에서 상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속임수를 활용하게 된다. 비상의 상황에서는 풀리지 않는 난제도 속임수가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된다는 것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사리사욕을 위한 속임수는 지혜가 아니다. ‘비상’을 ‘상’으로 되돌린다는 대의를 위해서는 기만책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랜 시간동안의 독서과정에서 주제에 따른 각각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지혜를 구하고자 했다. 당장에 지혜가 쌓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상황에 맞게 지혜의 기질을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볼 수 있었으며 오랫동안 두고 읽다보면 그 진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고 지혜가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지혜를 어떻게 얻어 쓸 것인가는 개인의 능력과 몫에 따라 다르겠지만 삶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 지혜의 힘을 ‘지혜의 주머니’인 지낭에서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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