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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휴휴명당 - 도시인이 꼭 가봐야 할 기운 솟는 명당 22곳
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7월
평점 :
숲과 바위,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산으로 들어가곤 한다. 산 입구에 다다르면 벌써 내 마음은 편안해지고 푸근해진다. 산을 오르면서 사찰이 보이면 약수 한 모금을 하기 위해 들리곤 한다. 약수도 약수지만 절 내에서의 경건함을 느끼고 싶어서다. 어렸을 때 법회를 자주 보았고, 템플 스테이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절 내에 있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그곳에서 눈을 감고 주위를 느껴보기도 하고, 석탑 주위를 걸으면서 기도를 해본다. 딱히 신앙이 있어서가 아니라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따른다.
그동안 다녀보았던 산과 사찰을 기억해본다. 느낌이 모두 다르다. 다녀와서 개운한 곳도 있었고, 오히려 피곤함과 통증에 시달린 곳도 있었다. 왜 그랬을까? 단 한 번도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유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저자의 말을 따르면 땅의 기운은 가는 곳마다 다르다고 한다. 묵직한 기운, 단단한 기운, 붕 뜨는 기운, 밝은 기운, 침침한 기운 등이 있어서 푸근하고 생생한 에너지를 주는 땅이 있고, 힘이 빠지면서 우울해지는 땅이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사실 땅의 기운이라는 존재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왠지 경험과 비추어 볼 때 공감하는 대목이다. 또한 저자의 이 말에 솔직히 마음이 간다.
“20,30대는 젊기 때문에 외부의 기운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다. 중년이 되면 기운이 떨어진다. 이 시기에는 외부에서 기운을 보충 받아야만 한다. ‘외부’는 대자연이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원기 회복제다.”
그래서 저자는 영지(靈地)여행을 추천한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를 알기 위해서 영지의 지기(地氣)를 맛보아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럼 그 지기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척추 꼬리뼈를 타고 올라오는 전기 자극 같은 느낌이 온다. 이것이 가감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기는 인체 속에 들어와 경락을 타고 흐르는 것이다. 척추 뼈를 타고 올라오는 지기는 뒤꼭지를 지나 머리를 통과한 다음 양 미간 사이까지 전달된다.”
간혹 전율을 느낀 적은 있었는데 과연 그런 느낌이었을까? 그 느낌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며 영지가 어떤 곳에 있는지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이 책에서는 지기를 맛볼 수 있는 영지는 불교가 전래되면서 불교 사찰로 흡수되었기 때문에 주로 불교사찰에 집중하여 소개하였는데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보고 싶을 정도의 설명이었다.
[금산 보리암은 불교의 관음성지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바위산에는 수도원이나 종교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바위산 주변에 호수나 바다가 있으면 더욱 영험해진다. 바위에서 분출하는 화기와 물에서 나오는 수기가 서로 어우러져 영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역에서 말하는 ‘수호기제’이며, 남해 금산은 이러한 수화기제의 전형적인 도량이다.]
[대둔산은 주역의 33번째 괘인 ‘천산돈’ 괘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돈은 은둔이기도 하다. 숨어서 공부를 하고 몸을 보존하다가 때가 되면 다시 세상에 나온다. 세상에 나올 싹을 기르고 보양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역의 대가 야산 이달 선생이 광복 이후에 좌우익의 혼란과 충돌을 관망하면서 내공을 쌓던 유서 깊은 영지가 바로 석천암이다.]
[단단한 바위가 밀집되어 있는 지세는 기운이 강하다. 바위는 지기가 응축되어 있는 신물이다. 바위가 많으면 기운도 강하다. 에너지가 있어야 도를 닦는다. 바위 속에 있는 광물질로 지구의 자석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는데, 인체의 피 속에도 철분을 비롯한 각종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바위에 앉아 있으면 이 에너지가 피 속으로 들어와 온 몸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바위에서 뒹굴면서 머무르면 나도 모르게 땅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면서 놀았다고 하는 지점들을 유심히 보면 거의 대부분 이처럼 지기가 강하게 뿜어 나오는 너럭바위들이다. 사성암의 바위들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기운이 강하다. 영발이 있는 산이다. 세상의 근심을 털어 낼 수 있는 자기력이 있는 산이다. 그러므로 ‘악’자가 들어가는 우리나라 산들은 다 ‘약산’이라고 생각한다. 완주 모악산은 6대 악산에도 속하지만 계룡산과 함께 한국의 양대 신종교 메카이다. 모악산 정상에 대원사를 내려다보면 이 터가 겹겹이 쌓인 모란꽃의 꽃심에 있는 형상이다. 좌청룡 우백호의 지맥이 겹겹이 대원사를 둘러싸고 있다.]
책에 소개한 22곳의 영지를 모두 설명해 내고 싶지만 너무 부족한 지면이다. 사진과 민화와 함께한 저자의 설명이 곁들어진 책을 읽어야 그 맛을 알 것이다. 22곳의 소개지만 설명 중에 언급한 사찰을 따지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에너지 충전과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함이라는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고 영기를 체험하고 싶은 바람을 더하여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영지부터 차례대로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