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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제주 - 월별로 골라 떠나는 제주 여행
양희주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신혼여행 이후로 제주도여행은 생각하지 않다가 그 후로 7년이 지난 작년 봄에 제주도여행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육아와 양육 그리고 직장생활에 심신이 지친 아내는 단순히 몇 일간의 제주도 여행이 아닌 2년간의 제주도 삶이라는 돌발적인 발언에 실행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제시했지만 짐짓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절박했을지도 모를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가기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작년 한 해 동안 아내와 작은 실랑이를 버리면서 올해 3박4일 간의 제주도를 향한 가족 여행이 결정되었다.
여행일자가 정해지고 제주 관련 책을 읽다보니 제주도는 참 요상한 섬이었다. 그곳 토박이가 아닌 저자들은 제주 여행을 하다 무엇에 이끌렸는지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되면서 제주를 소개하는 책을 쓰게 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들에게 이끌림은 무엇이었을까? 제주도 천혜의 비경에 반해서였을까? 대부분 저자들의 공통점은 도시에서의 바쁜 삶에 지친 가운데 제주도에서의 느린 삶에서 오는 여유를 맛보았고 계절마다 바람과 햇빛과 냄새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면서 제주도의 숨은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열두 달, 제주>의 저자 양희주 씨도 ‘이 섬에서 잠시 머물러도 될까요?’에서 시작하다가 결국 네 번의 열두 달을 보내고 매일이 새로운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 제주도 이야기를 시작한다.

10월에 떠나는 제주도 여행! 10월에 제주도가 최고로 멋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봐서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흠뻑 빠져들 장소는 어디일까? 제주도에는 이미 유명한 곳이 정해져 있어 대부분 그 곳들을 정해 놓고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여행은 다시 오게 될지 만무하다. 이번 여행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기쁨과 행복과 함께하는 감성여행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달마다 제주도의 매력을 잘 표현한 장소를 소개한 이 책이 나에게는 정답이었다.
1월 한라산 일출 산행으로 저자는 첫 여행의 문을 열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는 버거운 여행이지만 한라산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스멀스멀 가슴을 요동친다. 그리고 제주도의 탄생신화와 시조 신화는 그곳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봄이 살그머니 찾아오는 2월은 봄의 전령사들이 고개를 내민다. 매화, 산수유의 봉우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이와 함께하는 위미리 동백꽃 군락지와 오름에서 볼 수 있는 야생초는 봄을 만나기에 충분하다. 3월은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특히 유명한 유채꽃이 제주도를 뒤덮는다. 산방산, 섭지코지에서 유채꽃의 연출은 한 폭의 그림이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제주도에는 백화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재래시장인 5일장이 유지되고 있다는데 도시에서 외쳐대는 로컬푸드가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봄에 나는 나물과 해산물이 집합되어 있는 제주도 5일장의 모습이 무척 기대된다. 푸르른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햇녹차를 수확한다. 녹차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벌써 깊은 향에 취하는 것 같다. 녹차를 너무 좋아했던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였던 이곳. 이제는 추사관에서 세한도를 보며 녹차 한 모금을 한다면 이 또한 멋진 여행이 될 것 같다. 5월에는 철쭉제도 있지만 가장 맑은 바다를 자랑하는 우도를 소개한다. 캠핑을 하며 온종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떤 생각이 들지 미리 짐작이 간다. 장마가 시작되는 6월에 뭐 볼게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의 제주도는 물의 정원이고 수국이 만발하는 섬이라고 한다. 참 멋있는 말이다. 동쪽 해안도로 수국꽃길, 송악산 산수국길은 제주도만이 보여줄 수 있는 6월의 깜짝 선물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은 ‘곶자왈’ 이란다. ‘곶’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뒤섞인 수풀을, ‘자왈’은 토심이 얕은 황무지를 뜻한다고 한다. 짤막하게 원시의 숲이다. 더운 여름 제주의 숲길을 그것도 원시의 숲길을 걸어본다는 느낌이 어떤 것일까? 이달의 여행지에서 선흘 곶자왈, 교래 곶자왈, 에코랜드, 화순 곶자왈, 청수 곶자왈 등 중에 한 곳은 꼭 다녀와야 할 곳이다. 8월은 역시 전국 어디서나 해수욕장 철이다. 에머랄드 빛이 도는 해수욕장 소개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장소와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 줄 폭포를 소개하였다. 또한 제주도 하늘에서 토성을 볼 수 마지막 시기를 놓치기 싫다면 제주별빛누리공원을 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점이 교차되는 9월은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윈드서핑과 같은 라이딩을 즐긴다. 자전거밖에 타지 못하는데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지! 깊어가는 제주의 가을 10월에는 역시 억새와 단풍이 주는 풍경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몸에 꼭 맞는 제주도의 가을 날씨를 느끼며 오름에서 보는 진한 가을의 풍경을 담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1월이 되면 찬바람이 몸속을 후벼댄다. 이쯤에는 화산섬의 장점에 맞게 온천여행이 최고다.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면 입안에서 느끼는 쏴한 느낌처럼 산방산의 탄산온천은 육신에 그 느낌을 전해줄 것이다. 감은 오는데 정말 느껴보고 싶다. 미깡방학철인 12월의 제주는 감귤 따기가 한창이다.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감귤박물관에 아이들과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일상이 담긴 제주 이야기다. 여행정보 위주로 써 내려간 책이 아닌 저자의 가족과 지인과 함께 하거나 또는 홀로 이쪽 동네에서 저쪽 동네로 옮겨 가듯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이 쓴 책이다. 그래서 편안한 기분으로 책을 볼 수 있었다. 독자가 궁금해 할지 모를까봐 적어놓은 여행지의 정보는 짤막하게 작은 글씨로 간단명료하게 적어 놓았고, 여행지에 만나 볼 수 있는 올레길 상세코스와 음식점및 숙박 정보도 빼 놓지 않았다. 특히 그 달의 제주 별미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의 소개는 매우 유용한 정보였다. 자~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 푸른 하늘과 에머랄드 빛의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과 오름에서 만난 황금빛 억새와 붉게 물든 단풍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 중간에 처음 맛볼 신선한 말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로 기분을 내고 저녁에는 갓 잡은 고등어 회와 소주 한잔을 하고 싶다. 곧 다가올 가을 제주 여행은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