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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읽었던 책과 노래 가사 등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떼어다가 자신의 느낌을 쓴 산문집 <나는 당신입니다.>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을 모두 담아냈습니다. 때로는 성에 관련해 파격적인 언어표현과 솔직한 우리네의 삶을 묘사하여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한 편의 구절을 읽을 때마다 전해오는 서로 다른 감정의 물결이 높은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나릇하면서도 기분 좋은 감정이 마음을 적실 때 쯤 매일같이 독서를 하던 익숙한 장소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서재에서 벗어나 책을 들고 한 때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하던 대학 캠퍼스로 발을 옮깁니다. 그리고 근사한 나무아래에 놓인 벤취에 앉아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책을 다시 펼칩니다. 감수성과 서정성이 농후한 안도현 작가의 산문집은 이런 분위기를 만끽하며 읽어야 그 느낌을 깊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풋풋했던 사랑의 감정들이 메아리가 되어 저 멀리 과거로부터 이곳으로 울려 퍼지는 것 같습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가다보니 학창시절 분위기는 더 이상 느낄 수는 없었지만 익숙한 장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조심스럽게 그 시절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을 하나 둘 꺼내봅니다. 콩깍지가 씌워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시절을 지나 나중에는 기다림과 질투, 때로는 집착을 하며 상처로 얼룩진 사랑이 되어 버렸고, 또 다시 상처를 받을까봐 두려워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짝사랑을 거쳐 그리움을 간직한 채 홀로 외로운 고독을 맛봐야만 했던 시절들이 한 편의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집니다. 그리고 어느 덧 현실로 돌아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기억하게 되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 온 기분입니다. 여행의 끝에 여전히 설렘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는 것 보면 여전히 그 때의 감성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겠지요. 구절마다 모두 저자가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이 같진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삶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제 나의 인생에서 새롭게 펼쳐질 사랑의 이야기를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어차피 과거에 가져보았던 감정들이 반복되긴 하겠지만 어떻습니까? 그게 제대로 사는 인생인걸요. 이렇게 이 책은 우리 안에 잠시 숨겨 놓았던 감성들을 자꾸 꺼내보라고 재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