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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친구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존재한다. 편집자인 주인공 카미유가 있는 현재의 이야기와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되는 편지 속에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전개되는 방식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에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지만 시대 배경만큼이나 점차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게 되고 전개되는 이야기의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가 마지막에 퍼즐이 완성되듯 맞춰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카미유가 화요일마다 의문의 편지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이 편지를 기다리게 되었다.
1975년 파리, 출판사 편집자인 카미유는 막 어머니를 여위고 조문편지를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조문편지의 분량을 넘어선 두툼한 봉투가 눈길을 끈다. 발신인이 루이이고 그가 사랑했던 안니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편지인데 그녀도 알지 못하는 낯선 남자의 편지는 매주 화요일에 집에 도착한다. 호기심으로 계속 읽게 된 이 편지의 내용은 루이와 안니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마을에 살면서 사랑을 싹틔운 사이이다. 그런데 둘 사이에 부유한 신분을 가진 M. 부인이 끼어들게 되면서 루이는 안니와 멀어지게 되고 안니는 M. 부인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가깝게 지내게 된다. 그러다 안니는 아기를 갖지 못하는 M. 부인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해 아기를 낳아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 속에서 처음과 다르게 안니와 M. 부인의 갈등이 그려지고 결국 안니는 루이즈를 낳아주고 그 집을 떠나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임신을 하지 못하는 부인을 위해 아기를 대신 낳아주다 갈등을 겪는 진부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루이즈는 1940년 5월 16일에 태어났다.”
“나는 1940년 6월 28일에 태어났다.”
“나는 이 편지가 혹시 내 얘기일까 봐 더럭 겁이 났다.”
서서히 소설은 카미유와 루이즈가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더해준다. 하지만 카미유는 동생 피에르가 있다. 임신을 하지 못하는 M. 부인과 달리 자신의 어머니는 동생을 낳았다. 단지 독자의 추리를 피하려는 트릭이었을까? 어쨌든 카미유은 편지 속에 나오는 마을과 성당을 찾기 위해 조사를 한다. 결국 조사를 통해 알아낸 뉘즈망에 있는 성당으로 출발하게 되는데 도중에 도착한 루이의 소포를 받고 짤막한 편지를 읽은 후 확신을 하게 된다.
“친애하는 카미유에게”
“묘하게도 카미유라고 불리고 나서야 나는 내가 루이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함께 도착한 학습노트에 적혀있는 M. 부인의 고백을 들어보면 이야기의 전말을 알게 되고 매우 놀라게 될 것이다. 중간 중간 안니의 축소된 이야기들도 이 고백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루이가 바라본 사건의 전말과 안니가 겪은 일들의 과정은 M. 부인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한다. 하지만 후반부의 M. 부인의 고백에 이르러서야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안니의 삶을 송두리째 바닥으로 던져버렸기에 악녀의 이미지로 기억이 나겠지만 그녀의 남편과 안니의 불륜으로 시작된 그녀의 정신병자 같은 행동을 안타깝게 지켜보게 되었다. 누구의 입장에서도 모두 진실된 이야기였지만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쏟아지는 진실들은 이 소설의 압권이었고 겉으로 확연히 드러내지 않으며 진행되는 주인공들의 심리적 행동들의 묘사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 두 여인의 비밀스런 이야기는 서로에게만 비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