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구 할매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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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구가 뭐지? 마귀인가? 검색해보니 천 년 묵은 여우가 변한다는 전설속의 짐승이란다. 제목만으로는 동화적인 느낌이 날 것 같은 이 소설을 읽기도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작가 송은일은 고향인 전남 고흥의 노인정에 들렀을 때 노인정에 모여 앉은 70~90대 이르는 할머니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할머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 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이 책을 썼다고 했는데 모두 혼자 사시게 되기까지 수십 년 동안 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할머니들은 마을의 역사이자 바탕이며 그분들이 살아왔던 역동적인 삶은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매구 할매>는 4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삶을 투영한 소설이다. 계성재 20대 손인 류은현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사귀던 남자와의 불적절한 관계를 청산하고 고향 집으로 귀향한다. 문학을 전공하였고 소설을 출간했던 경험이 있던 은현은 집안 대대로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아 매구 할매를 주인공으로 삼아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매구 할매의 이름은 진녹두로 시집을 갔다가 남편과 자식들을 잃고 다시 계성재로 들어와 지금까지 살아계시는 할머니로 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런 상징적인 존재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고 싶은 김영성 감독은 은현의 대학친구인 한중경을 통해 계성재를 찾아오게 되지만 반대가 심하다. 그러나 결국 은현과 은현의 아버지를 설득하여 영화 제작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은현과 한중경은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한편 이런 와중에 은현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계성부가솔부를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해 나가는데 소설의 주된 내용은 매구 할매가 17대 종부인 여례당 권 씨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며 여례당 권 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례당 권 씨는 여수반란사건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고 6.25 전쟁을 통해 집안이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이어온 가문과 그 안에 있는 식솔들을 지키고자 했던 강한 여인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윗대 어른들의 전통과 가문을 이어받은 현재 계성재를 지키고 있는 19대 종부인 홍림당은 억척스럽게 계성재를 지켜가고 있지만 자식들의 외면과 장남 아내의 종교적인 입장에서 제사를 거부하는 현실에 몸이 아프게 되고 남편인 류동국 씨는 이제 더 이상 종갓집을 지키며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한편 매구 할매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죽음에 신통한 예지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야기의 후반에는 은현의 두 손에 두 개의 복주머니를 내밀며 “아나, 복돈이다.” 라며 쌍둥이의 탄생을 예고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서정적인 드라마였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주인공들이 감추고자했던 비밀을 뒷받침하는 역할 구조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절제된 감정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종부라는 이미지가 왠지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낄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가문을 지켜내려는 당차고 기품 있는 여인으로 표현하였다. 모든 살림을 맡아가며 책임을 지고 단호한 결정을 하는 모습에는 여장부의 기질도 비친다. 한편 매구 할매는 소설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세상은 변해도 노인정에서 만났던 할머니들과 같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고향을 지켜온 어른으로서 자신들의 삶에서 주인공임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독특한 주제가 아닌 고향의 이야기지만 구수하고 때론 가슴이 저려오는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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