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해도 벌받는다
유태영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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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차려준 소박하고 구수한 상차림과 같은 그리고 그 뒷맛은 진하고 감동의 맛이 서려있는 에세이다. 에세이의 특징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문학이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읽혀지겠지만 감동과 교훈까지 곁들어져 있다면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많은 부분 공감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3월이 되면 가족과 함께 찾아가는 섬진강 매화마을은 산 중턱에서 바라보다보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구름위에 있는 것 마냥 착각을 할 정도로 아름답다. 더 멀리 바라보다보면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 산에 핀 매화꽃은 그저 한 폭의 산수화라 할 만하다. ‘섬진강의 매화’ 에서 작가의 눈으로 보았던 풍경과 느낌은 나의 눈으로 보았던 느낌과 상통했다. 다만 매화 향기를 알고 싶다는 작가의 호기심의 연장선에까지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한국의 어머니’에서는 애틋하고 가슴 뭉클한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돌무더기 신앙’은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학창시절 배웠던 <봄봄>, <동백꽃>과 같은 작품을 쓴 김유정의 첫사랑 이야기는 불행하고 비참한 삶에서 어떻게 그런 재밌는 작품을 썼는지 놀라웠고, 가슴 아픈 첫사랑과 가난과 병으로 마지막 생애를 마감한 그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였다.

 

유태영 작가의 글은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부딪히게 되는 일들에 호기심이 발단이 되어 이야기가 시작되고 생각나는 대로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술술 읽히는 글들이 자꾸자꾸 내 마음속을 파고든다. 글을 쓴다는 것, 즉 창작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철학은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은 부족하기만 한 내 자신의 한탄스런 마음에 자극이 되었고, 그의 원칙과 기준은 도전이라는 용기를 심어 주는 것 같았다. 많은 글들 중에서 자꾸 섬진강의 매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조금씩 다가오는 봄 때문인지 자꾸 그 글의 페이지를 뒤적거리게 된다. 올해 매화가 필 무렵 그곳으로 달려가 진한 매화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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