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경 - 이정 장편소설
이정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2월
평점 :
해방이후 남북으로 나뉘어져 정부가 들어서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 참혹한 전쟁의 결과를 낳았다. 이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지구상에 존재하게 되었고, 그렇게 한반도는 지금까지 반으로 나뉘어져 무수히 많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 역사를 소설과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 때론 흥행을 위해, 때론 진실을 위해 대중들에게 비춰주면서, 한반도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를 전달하고 있다. 전달하는 내용면에서도 남북의 관계를 주로 전쟁과 첩보전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코드에서 점차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이정의 장편소설 <국경>은 저자가 직접 문화교류차원에서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며 북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남북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남쪽은 이인철 기자, 북쪽은 황철호 참사를 등장인물로 내세워 두 주인공의 위험한 우정과 이기자와 탈북자 정연화 와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인철 기자와 황철호 참사는 첫 대면을 하게 되고, 그 후에 황참사는 이인철 기자의 방북을 도와주는 계기로 친해지게 되면서 결국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게 된다. 북한의 경제 붕괴로 인해 주민들은 오랫동안 식량배급에 문제가 되고, 이에 황참사는 자신의 부하들만이라도 먹여 살리기 위해 문화재 밀매를 통해 식량을 구하게 된다. 도자기, 화가의 그림, 추사 김정희의 작품에서 시작하여 결국 신라금관까지 손을 댄 황참사는 신라금관의 거래를 이인철 기자에게 맡기게 된다.
이인철 기자가 문화연구를 통해 북을 방문하여 문화재 답사를 하는 여정 속에 비춰지는 북한의 모습은 저자가 실제 방북했을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답사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주민들의 실상과 자연을 파헤쳐버린 모습을 반영하였다. 그만큼 북한의 현 상황이 위기라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소설은 신라금관의 밀매를 통해 사건이 전개될 때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부하를 위해 목숨을 건 신라금관의 밀매, 하지만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 이야기의 끝은 씁쓸함을 남겼고, 이인철 기자와 탈북자 정연화의 사랑은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도 또한 밋밋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동안 매체를 통해 전해 듣는 북한의 주민과 중국에서 탈북자의 소식들은 접하고 난후 쉽게 잊혀지기가 쉬웠는데 책을 통해서 그려지는 북한의 실상과 중국에서 두려움을 간직한 채 숨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니 가슴 한편이 저려오는 것 같다. 또한 아직도 음지에서 이용당하고, 힘들어 하는 동포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답답한 생각이 가득 메운다.
늦여름에 피는 상사화를 보며 예쁘다며 셔터를 눌러댔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상사화를 보면 소설 속에 정연화를 떠올리며 탈북자와 북한의 실정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 할지도 모르겠다.
“상사화 꽃을 아시나요? 중략.... 늦여름에 꽃이 피는데 붉은 그물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주 예쁩니다. 입이 다 말라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뒤에야 꽃이 피어나는 까닭에 꽃과 잎이 같은 몸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서로 보지 못하고 그리워만 한다고 해서 상사화라고 부른대요. 중략... 상사화는 가난한 사람들의 꽃이래요. 가난한 사람들은 그리운 것이 많거든요. 이미 떠나가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을 그리워하게 되지요. 가난하면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고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살게 되잖아요.”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