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섬의 만찬 - 안휴의 미식 기행
안휴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TV에서 방송하는 맛 집 탐방 프로그램 중에서도 도심 속의 맛 집 보다는 현지로 찾아 떠나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 지역의 아름다운 환경을 보여주면서 특산물로 직접 요리하여 먹어보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당장 주말을 이용해서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거리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동안 관광과 아이들의 테마여행을 중심으로 여행을 즐겼다. 음식은 단지 배고픔을 잊기 위한 것일 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 <바다와 섬의 만찬>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요즘 들어 지역의 맛을 알리는 책에 관심을 갖고 읽는 터라 다 비슷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특별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바쁜 촬영장에서 굳이 맛을 따지지 않을 것 같은 영화감독의 신분에 음식과 술에 대한 칼럼을 쓰는 저자의 취향에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독특함은 책의 표지에도 실려 있는 울릉도의 해계탕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큰 접시 위에 산닭 백숙에 자연산 전복, 뿔소라, 홍합, 석화, 조개, 문어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해계탕은 바라보고 있는 나의 미각에 흥분이 가미된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부산의 쫀득한 고갈비는 대학시절 저렴하게 술한잔이 생각날 때 먹어봤던 안주로 옛 생각을 나게 만들었고, 청산도에서의 슬로우 푸드는 구수한 시골의 냄새가 온 미각을 감동시켰다. 아직 가보지 못한 통영의 다찌문화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정식 집에서 나오는 가짓수보다 많다고 하고 그것도 해산물로 수려한 안주상을 차린다고 하니 벌써부터 설레임이 시작된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진도의 홍주를 빚는 허화자 할머니가 무척 보고 싶어졌다. 새벽 4시에 술을 내리기 시작해서 다음 날 오후 6시가 되어야 마무리되는 술 맛이란 어떤 맛일까 벌써부터 싸한 술향이 풍기는 듯하다. 이제는 국내산 홍어를 먹자해도 비싼 가격이거나 시장에 잘 나오지 않아 칠레산을 먹게 되었는데 삭힌 국산 홍어의 특유의 맛인 코끝을 쨍하게 하는 그 맛을 흑산도에서 맛보고 싶다. 제주도는 흑돼지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특별한 식재료인 말고기 맛이 어떨지 궁금하고, 해녀의 집에 가서 직접 물질을 해서 잡은 성게로 요리한 성게칼국수를 먹어 보고 싶다.

 

눈요기만 했을 뿐이지만 즐겁게 바다 냄새 가득한 맛을 따라 간 여행길이었다. 사진으로 본 음식들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고 자연의 맛과 향이 여전히 주위를 맴돈다. 바다와 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식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보여 주었고 그런 음식과 더불어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의 인연을 통한 이야기가 더해져 더욱 특별한 음식으로 남게 되었다. 저자는 그런 특별한 음식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그분들의 음식점의 정보를 간단 명료하게 실어 놓았다. 들러야 할 곳이 너무 많아져서 앞으로 여행 계획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 내년 여행의 테마는 ‘맛 여행’으로 하고 이 책을 가지고 가면 사장님들께서 서비스를 좀 더 주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도 가져본다. 바다와 섬이 줄 만찬을 기다리며 앞으로의 여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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