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라! 세상의 벽을 향해 던진 연설 32 거꾸로 읽는 책 35
유동환 엮음 / 푸른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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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대적 배경을 안고 발표되는 연설문에서 숨은 역사적 진실을 알아차린 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들어왔던 연설이라고는 매체를 통한 짤막한 장면 속에서나 볼 수 있었고, 그 뒤로 많은 전문가들이 연설의 결과와 파급효과에 대해 논하는 장면들뿐이었다. 결국 언제나 중대한 사안이 있는 연설문의 마무리는 전문가들의 포장된 이야기로 각인되어 남겨지곤 했다.

 

<저항하라! 세상의 벽을 향해 던진 연설>에 실려 있는 6가지 주제인 반전과 평화, 환경, 민주주의 평등, 인종차별, 나라와 민족의 독립, 다양한 삶으로 구성된 32개의 연설문은 역사 시간에 중요하다고 배웠던 연설부터 현대에 일어난 큰 사건의 연설까지 다양한 연설이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연설자들의 논리 정연한 연설문에 중심을 두지 않고 연설을 했던 시대적 배경에 중점을 두고 읽어 나갔으며 감동과 흥분과 분노가 지속적으로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스라엘 문학상 수상식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설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력침공의 국제정세 속에서 던진 메시지가 매우 인상 깊었다. 일방적인 군사적인 우위에서 지나치게 사람을 희생시켰던 전쟁을 행한 나라에서 연설자는 고민을 많이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강자의 장소에서 약자의 편에서 얘길 하게 된다.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워커 부시의 연설에서는 테러가 정당하진 않지만 강대국의 이기주의적이고 협박적인 발언에 불쾌함을 느꼈다.

 

“우리 편에 서지 않는 국가는 테러리스트 편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당시 군에서 휴가 가는 날 새벽에 9․11 테러가 일어났는데 다행히 휴가는 나왔지만 휴가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나고 온 매체가 이 사건으로 떠들 썩 했었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미국의 편에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석유와 관련된 국가적 이득을 위한 전쟁선포라는 숨겨진 야욕을 알고 나니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름을 느꼈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이 시작되고 이라크 전쟁이 다시 시작되면서 여기저기 파병문제가 굵어져 나오기 시작되었고 그때 속해있던 부대에서도 할당인원이 떨어져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동티모르와는 상황이 다른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없어 약간의 문제가 생겼던 걸로 기억이 난다. 파병을 반대하는 리영희 선생의 연설에서는 이라크 파병을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연설하였는데 국제 협약과 맺은 규약에 위배하면서까지 파병을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노예제도 폐지 문제를 둘러싸여 일어난 전쟁으로 알고 있는 미국의 남북 전쟁은 북부의 산업자본이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부의 농업자본을 굴복시킨 전쟁이라고 하며,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로 유명한 말을 남긴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의 시기에 전쟁의 명분을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는 사실에 허망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연설문의 주제 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기 합리화라는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와 자국의 우월함을 표시하는 내용이 많았다. 오존층이 파괴되어 가는 환경문제에서 조차도 지구촌의 건강을 해치는데 일인자인 미국은 자국의 권리와 이득만을 앞세우며 미국의 행보에 희생당해야 하는 많은 나라들의 연설문들이 많았다. 식민지란 이유로 강대국들이 그동안 행해왔던 만행들을 알게 되었고 세계화란 이름으로 강대국들의 약소국에 행한 불합리한 정책을 일삼는 행위도 보게 되었다.

 

책의 후반부에 실린 고인이 된 이태석 신부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흥분된 감정을 추스릴 수가 있었다. 헌신의 삶을 살고자 남수단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지내왔던 이태석 신부는 암선고를 받았지만 죽음이 다할 때까지 진정한 헌신과 나눔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크나큰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단지 남는 세상에서 남은 것의 1퍼센트를 없는 세상으로 연결하는 작은 다리 정도만 되어 보기로 했다.”

 

연설문 하나에 역사가 시작되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 지는 사실에 놀라웠고,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에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녹여 넣었을 연설문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귀중한 역사적인 자료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영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세상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조금은 갖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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