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살인사건

수선화 살인사건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백화점 사장이며 허세가인 손튼 라인이 하이드파크 공원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가슴 위에는 수선화 한 다발이 놓여진 채로 말이다. 소설의 제목답게 수선화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사건은 일어났으니 차차 용의자들이 수사 선상에 나오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참이다. 먼저 백화점 공금을 훔쳐왔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백화점 매니저 밀버그가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손튼 라인 사장이 공금횡령으로 밀버그를 의심하니 살해 동기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뻔한 의심은 사실이 아닐 수 있을 터. 역시 사건은 의외로 오데트 라이더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나중에 손튼이 살해된 곳이 오데트 라이더의 집이고, 살해도구까지도 발견되었으니 당연스럽게 살해 용의자가 되었다. 그런데 탐정이자 형사인 탈링은 그리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그녀가 살인자가 아닐 거라는 단서들을 찾아내며 도움을 준다. 이때 약간 어색한 스토리가 보인다. 갑자기 탈링이 오데트 라이더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남녀사이가 첫눈에 반할 수 있는 거지만 뭔가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는 사이 손튼 라인을 흠모하는 전과자 샘 스테이가 나타나다. 손튼 라인을 신처럼 따르는 그이기에 손튼 라인의 말이라면 무조건 행동으로 옮기는 자다. 손튼 라인이 죽기전에 오데트 라이더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비추었기에 샘 스테이는 대신 오데트 라이더를 해하려는 시도를 한다.

사건은 새로운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오데트 라이더의 엄마가 살해되었다. 왜? 갑자기? 연결고리가 잘 잡히지 않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니 샘 스테이가 범인이었다. 그녀가 오데트 라이더인 줄 알고 죽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샘 스테이는 미치광이로 설정되면서 무조건 오데트 라이더를 죽일 때까지 범행 시도는 계속 될 거라는 복선을 깐다. 그리고 조용할 것만 같았던 밀버그의 범행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도록 꼬이게 만든다. 자신의 횡령을 없애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한 것들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백화점 장부를 없애고, 오데트 라이더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노력들을 말이다. 이렇듯 여전히 손튼 라인의 죽음은 밝혀지지 않은 채 크고 작은 사건들만 연속으로 일어난다. 또 하나 복잡한 진실을 말하자면 형사인 탈링은 손튼 라인의 먼 친척이며 손튼 라인의 상속자이기도 하다.

소설은 책의 끄트머리까지 손튼 라인의 살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다. 거의 밀버그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으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예상은 할 수 있다. 밀버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보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과연 누가 범인일까?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데 제일 마지막 샘 스테이가 죽음 앞에서 쓴 자술서에 그 답이 나온다. 살인 사건의 시작부터 그는 모든 상황을 죽음 앞에서 찾아온 맑은 정신으로 모두 말하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는 알듯 말듯하게 범인을 유추해내는 과정에 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한정된 인물의 특징을 뽑아내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 범인을 유추해내지 못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건을 따라가며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조금은 어색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가령 탈링이 갑작스럽게 보이는 오데트 라이더를 향한 연애감정이라던지, 샘 스테이가 나타나 무대포식으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그것이다. 또한 수선화가 제목에 등장했는데 그 무게감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따라서 결론을 얘기하자면 억지스러운 사건을 만든 것도 있지만 제법 긴장감을 주는 괜찮은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이다. 역시 미스터리 소설은 더운 여름에 읽으면 제격이다. 다가오고 있는 여름 날 이 소설로 더위를 이겨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