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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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배회하고 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렇다고 그 이유 때문에 영원히 떠돌아다닐 수는 없는 법.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신들이 있기에 사자(死者)는 이승의 끈을 놓고 저승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저승사자 느낌으로 다가온 사신들의 무게감은 이렇게 컸다. 하지만 정작 소설에서 비춰지는 사신들은 무게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범한 고교생이면서 사신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사쿠라와 하나모리의 캐릭터는 오히려 감성이 가득한 착한 인물이었다.

 

이 둘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죽은 이와의 대화를 하며 미련의 이유를 알아내고 해결함으로서 망자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참이다. 그런데 이 아르바이트는 시급도 작고 여타 수당도 없다. 그리 매력적이지 않는 일일 텐데 두 사람은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한다. 그 이유가 뭘까. 근무 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이루어주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다는데 그것일까? 아니면 왠지 두 사람에게 뭔가 숨겨진 비밀이라도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사람은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사쿠라의 전 여친 아사쓰키는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에 대한 미련, 아들이 쓴 편지를 찾아달라는 구로사키의 미련, 거절 못하는 성격으로 사랑 없는 결혼과 아이만 낳으면 되는 역할을 했던 히로오카의 미련, 엄마에 의해 죽음을 당했지만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원했던 시로미야의 미련을 해결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는 사이 정말이지 엄청난 사실로 반전을 예고한다. 사쿠라의 파트너인 하나모리가 사자이면서 사신이라니. 읽다가 정적이 흐른다.

 

가끔 두 사람의 코믹스런 이야기가 재밌었고 혹시나 연애감정이 생겨 뭔가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너무 반전이다. 더 이상 이야기가 나의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그랬다. 영원히 사신으로 남겨질 것만 같았던 하나모리도 서서히 사자에게 주어진 추가시간의 끝을 향해 내달린다. 추가시간은 잔혹하다는 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고 남의 기억에 남기지도 않는다는 잔혹함은 몸서리를 치게 만든다. 하지만 둘은 슬픔을 능가할 행복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아무리 험난하고 괴로웠다 해도 조금이라도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행복한 추억 만들기에 남은 시간을 소모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누군가의 인생에 행복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자신에게 쓰여질 행복의 선택도 남을 위해 반납한다.

 

소설에 등장한 사자들의 사연은 안타깝고 슬프다. 발랄하고 상큼한 에너지를 풍기던 하나모리 마저도 사자로 남겨질 땐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기억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할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애틋하고 아름다웠다. 책을 덮으며 두 사람이 남겨 놓은 감성의 흔적들을 찾아보았다. 따뜻해지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게 바로 감성미스테리의 진수일까. 너무 멋진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더 감성이 풍부한 작품으로 남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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