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9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박은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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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중국의 역사를 보면 시대마다 남다른 재주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역사였기에 그들의 삶 또한 곡절도 많았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자만 보더라도 14년 동안 여러 나라를 경유하며 유세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여행 중에 세 번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위인이란 이미지로 남겨지게 되었고,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인물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은 중국 역사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독특한 인재 56인을 소개하고 있다. 춘추시대 공자에서 현대의 루쉰까지 문장가, 예술가, 사상가. 역사가, 정치가 등으로 대업을 이룬 인물들이다. 또한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의사, 모험가, 과학자, 예능인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발자취를 통해 역사를 탐구하며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신화와 전설 시대부터 전한 무제 시대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사기를 지은 ‘사마천’은 무제의 역린을 건드려 성기를 잘리는 굴욕적인 형벌인 궁형에 처해진다. 사형과 궁형의 선택에서 굳이 목숨을 부지한 이유는 사마천의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참고 견디며 구차하게 살아남아 더러운 곳에 유폐되는 일조차 사양하지 않은 것은,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이루지 못한 채 비루하게 죽어 내 문장이 후세에 드러나지 않을 것을 한스럽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후한 말에 등장하는 ‘화타’는 전설적인 명의로 알려져 있다. 조조의 시의였지만 관우와도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꽤 인상적이다. 관우가 팔꿈치에 독화살을 맞아 위독한 상태에 빠졌을 때 독이 스민 뼈를 깎아내는 대수술을 한 주인공은 바로 화타였다니 대체 화타의 활동 범위는 어디까지였을까. 은둔시인이자 전원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도연명’은 물질적으로는 궁핍했지만 시간과 정신적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한편 한 때 동료였던 유유가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저항 의지를 표출했다고 하는데 세상일에 나서지 않을 법한 그도 불의에는 참지 못하는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중국 고전 시가의 황금기인 당나라 때는 이백과 두보를 필두로 걸출한 시인들이 배출되었으며, 이때 뛰어난 여류시인들도 출현했다. 대표적으로 화류계 출신의 시인인 ‘어현기’는 대담한 시풍으로 장안 명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녀를 문책하다 살해하는 한순간의 실수로 짧은 생애를 마쳤다. 그녀가 남긴 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절박한 자기 고백의 울림이 깃들여져 있다. 

 

“뭉게구름 가득하고 봄 햇살 내리비치는데

진사 합격자 명단은 또렷하고 힘찬 필치로 씌어 있구나.

한스럽도다, 비단 치마 내 시 재능을 가람이여!

고개 들어 부질없이 방에 적힌 이름을 부러워한다.”

 

이 책은 56인의 짤막한 전기를 나열하고, 그 뒤에 그들이 직접 지은 시문이나 서화, 또는 역사서에 수록된 본전 등을 함께 실었기에 읽는 재미가 있고, 익히 알려진 인물들과 함께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까지 포함되어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중국사의 흐름에 맞추어 인물의 삶의 궤적을 살폈으니 중국사의 흐름과 동시에 시대적인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시대의 인물들의 철학과 사고를 엿볼 수 있었기에 통찰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전기를 짤막하게 소개하였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56인의 생애를 통해 각 시대의 맥락과 특색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중국사를 이해하는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겠다. 장구한 중국의 역사와 인물들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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