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나이팅게일
김명희 지음 / 소울박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대에서 소외받고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와 닿게 글로써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작가를 말하라고 한다면 김명희 작가를 뽑겠다. 그녀는 두 번째 소설인 <붉은 해변>에서 이미 나의 마음을 훔쳤다. <붉은 해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게 하며 격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지금까지 작가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이제 또 다른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펜을 들었다. 그리고 가슴 벅찬 세 번째 소설을 완성했다. 바로 <헬로! 나이팅게일>이다. 이 소설은 대한민국 국민이 사고나 병으로 고통 받고 생사를 넘나들 때 늘 달려와 보살펴 준 간호사와 119구급대원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왜?’ 주인공이라고 의문이 든다면 이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살펴보면 금방 알게 된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주취자들의 119구급대원 폭행사건과 최근 서울 모병원의 간호사들의 태움사건으로 인한 한 간호사의 자살사건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간호사의 자살사건을 파헤쳐보면 그 안에는 간호사 인권을 비롯한 착취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취약한 의료노동의 현실이 있었다. 작가는 ‘현대판 염전노예들’이란 표현을 쓸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어쨌든 생사의 기로에 처해있는 위급한 의료현장에서 자신의 안위보다는 환자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분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건들이다. 이런 불편한 사건들이 수면위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처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래서일까? 김명희 작가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확실히 다름이 보인다. 국민들과 힘을 모아 메디컬 장편소설을 완성했으니 말이다.

 

소설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비추고 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인 ‘태움’은 일종의 간호사 선배의 후배들을 향한 갈굼인데 이는 어마무시한 인격무시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간호사들은 임신도 순번제로 해야 한다는데 이게 사람에게 할 짓인가.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 환자들의 성희롱을 방관하고, 응급실에서 행패를 부리는 진상들은 그나마 역겨움에 그칠 뿐이다. 이 모든 일들이 간호사들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러고도 환자를 위한 의료행위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119구급대원들은 어떤가. 매일 취객들의 폭행과 폭언을 감당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모든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다. 이 책은 힘들어도 너무 힘든 그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그들의 삶은 정말 가슴 떨리고 무서웠다. 소설의 주인공 간호사 나재영과 119구급대원 신민욱의 활약으로 변화의 조짐에 뿌듯한 느낌은 들지만 현실에서는 얼마나 변화를 줄지 의문이다. 그래도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든 걸 담은 듯하다.

 

고귀한 느낌이 드는 나이팅게일의 선서문은 간호사의 신조과 같다. 그러나 그동안 이 선서문이 현실에서 왜곡되었다.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자본주의에서 흔히 일어나는 돈의 원리에서다. 이제 이 소설에서 보여준 생생한 스토리를 발판삼아 간호사들이 의료인으로써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의료시스템의 혁명이 일어나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이래야 환자들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법 두꺼운 책을 숨 가쁘게 읽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화도 났다가 감동했다가 눈물도 흘렸다. 모든 분들께 이 소설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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