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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가이스트의 죄수 ㅣ 아시야 초자연현상 2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10월
평점 :
최근 읽은 호러 소설 중 단연 가장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작품, 바로 가미조 가즈키 작가의 '폴터가이스트의 죄수'입니다. 대부분의 호러 소설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오싹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책장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으스스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고, 평소 아무렇게 않게 보던 거울조차 왠지 꺼려지게 만드는 묘한 몰입감이 상당한 작품이었습니다.
'폴터가이스트의 죄수'는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 작품인 '심연의 텔레패스'도 궁금해졌는데요. 올 하반기에는 시리즈 완결판까지 출간된다고 하니 앞으로의 이야기도 더욱 기대되는 작가였습니다.

폴터가이스트라는의 말은 원래 독일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시끄러운 유령'이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특별한 이유 없이 물건이 움직이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 등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 현상을 가리키는데요.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바로 '컨저링'이었습니다. 평소 컨저링처럼 오싹한 분위기의 공포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편이라 책으로 읽는 공포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요.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책이 주는 공포감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가 만들어내는 섬뜩한 분위기와 생생한 묘사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상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도조는 한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지금은 근근이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혼자 살던 아버지의 본가로 들어가 생활하게 됩니다.
사실 도조에게 이 집은 어린 시절부터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는 곳이더라고요. 조부모 때부터 살아온 오래된 집인 데다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아 낡고 음산한 분위기마저 감도네요.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집의 모습은 글로만 읽어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였는데요,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풍기는 특유의 음산함이 마치 죽은 시체의 기운이 머무는 공간처럼 느껴져 처음부터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도조의 시체같 은 집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집에 들어와 생활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도조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분명 혼자 있는 집인데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등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죠. 이사 오던 날 아버지의 지인이 2층에서 여자를 본 것 같다는 말도 계속 신경 쓰이고 말이죠.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지 않나요? 책을 읽는 저 역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이유 없이 물건이 떨어지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 일까지 반복되자 도조는 아버지를 찾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오히려 더 섬뜩하기만 하더라고요.
"식....칼...들고....여자가....."
"거울....속.....여자...."
도대체 무슨 소린지 의문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찜찜한 소리에 불안감이 더해집니다, 결국 도조는 매니저를 비롯해 배우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이 일을 털어놓게 되고,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함께 의문을 풀어가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조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네요. 도조가 사라진 뒤 남겨진 사람들이 그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검은 형체를 목격한 이들에게 기묘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과연 이 모든 일이 정말 유령의 소행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는 걸까요?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아서 마지막 장까지 읽게 되었던 것 같네요.

이야기 중간중간 과거의 사건들이 다시 등장하면서 초능력과 관련된 폴터가이스트 소녀 미코시바 쿄코라는 인물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왠지 이 소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데요. 미코시바 쿄코와 부모님 사이에 얽혀 있던 과거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도조가 실종된 이유와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밝혀집니다. 특히 수십 년 전에 죽은 미코시바 쿄코가 어떻게 현재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후 달라져 버린 도조의 모습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이렇게까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단순히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과거에 현재의 사건을 연결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가는 구성도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섬뜩한 분위기가 이어져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본 호러 소설을 좋아하시거나 기묘하면서도 오싹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가미조 가즈키 작가의 '폴터가이스트의 죄수' 추천해 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한동안 거울을 편하게 바라보기 어렵다는 점 명심하시길!!!
얼굴 없는 거술 속 여자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는 사실~
[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 후기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