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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평점 :


모든 직업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고 있지만,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뉴스 기사에 직업에 귀천을 가장 따지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글을 보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나의 가족이, 나의 친한 지인들이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직업보다 천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직도 우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직업에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일 거다.
새벽의 틈새라는 책은 소중한 분의 마지막을 책임져주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들과 그 주변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장을 전문으로 하는 게시미안 장례식장을 연결고리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장례지도사는 장례식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고인들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다. 죽음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언젠가부터 상조회사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이 익숙해진 듯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직업이 장례지도사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죽음과 관련된 직업이다 보니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책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듯이 시신을 다루다 보니 직업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고 고객들 눈치도 많이 봐야 하는 직업이긴 하다. 등장인물 중 마나라는 장례지도사는 친한 친구의 장례를 책임지게 되고, 치와코는 장례식장의 꽃 제단을 장식하는 일을 하는데 전 남편의 애인의 장례를 도와준다. 처음에는 왜 자신들에게 이런 일들을 맡겼을까 싶었지만 장례를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나다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듯하다. 그리고 책 속에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단순하게 돈벌이를 위해 장례지도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면서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게시미안 장례식장의 사장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도 매번 죽음에서 도망치며 살고 있었는데, 도망치더라도 누군가가 마음을 이어받아 마지막 가는 길을 행복하게 보내드리면 되는것이 아니냐는 말에 위로를 얻기도 했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그들의 이야기들과 그들이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하게 된 듯하다.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그들이 참으로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마치다 소노코의 장편소설 바다가들리는편의점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새벽의 틈새 책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힐링소설이 된 듯하다. 새벽은 어두운 밤을 지나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그 중간이다. 그 새벽의 틈새 사이로 우리들 또한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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