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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의사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의료의 힘이란 정말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해.
인간은 덧없는 생물이고 세상은 끝까지 무자비하고 냉혹해. 나는 그 사실을 여동생의 임종을 지켰을 때 정말 뼈저리게 느꼈어.”
“그렇다고 무력감에 사로잡혀서도 안 돼. 그걸 가르쳐 준 것도 여동생이지.
세상에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산처럼 넘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말이야.”

나가노현에서 현역 내과 의사이면서, 밀리언셀러 시리즈의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작이 나왔다. 무려 14년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하니 더 궁금해진 책이었던 것 같다. 나쓰카와 소스케는 오랜 기간 현역 의사로 있으면서 많은 이들의 죽음을 보아왔다.
가장 가까이에서 삶과 죽음을 보면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쓴 책이 바로 스피노자이 진찰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목이 '스피노자의 진찰실'이라서 주인공의 이름이 스피노자인가 싶었는데, 스피노자는 네덜란드 철학자의 이름이라고 한다.
철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이렇게 또 책을 통해서 하나씩 배워나간다.
스피노자 책을 자주 읽는 주인공 마치 데쓰로~ 그래서 그런지 그가 의사로써 환자를 대하는 것이 스피노자의 철학과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동생이 죽고 조카와 함께 살게 되면서 큰대학병원에서 나와 작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데쓰로는 30대 총각 의사이지만 전체적인 그의 분위기는 의사생활을 오래 한 것 같은 엄청 진지해보이는 타입처럼 보여진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병원이면 뭔가 긴박한 응급상황들이 연출되면서 긴장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스피노자의 진찰실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평온하면서도 조용하게 흘러가는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데쓰로가 진료를 보는 환자 대부분은 고령의 환자들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무조건 죽게되지만,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법한데, 환자들에게서는 생명을 더 연장해서 오래 살고 싶어하는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보이지는 않았다.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가 싶지만 그것 또한 아닌듯... 그들은 환자를 돈으로 보는 의사가 아닌 마음으로 자신들을 치료해주는 데쓰로를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 기적을 바라기 보다는 남은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지내다 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데쓰로의 마음 떄문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스피노자의 진찰실'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삶을 행복으로 물들수 있게 해주는 데쓰로 선생님!
어려운 수술이야기보다는 생명을 대하는 의사선생님의 아름답고도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엄청 매력적인 책이라서 책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잔잔하면서 따뜻한~ 때로는 가슴 뭉클함까지...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생을 마무리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는데 데쓰로 같은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면 우리의 마지막 삶은 행복으로 물들여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된다.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 하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없지 않나 싶네요. 책을 덮고 나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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