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를 읽기 전에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래전 미해결 사건을 다시 추적하며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정도로 예상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이 작품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과 조직의 모습을 훨씬 깊이 들여다보는 소설이었다.

제목이 왜 '64'인지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쇼와 64년에 발생한 한 유괴살인 사건이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삶과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오래된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와 조직의 논리를 함께 그려낸 작품이었다.


** 64 줄거리


이야기는 쇼와 64년에 발생한 소녀 유괴살인 사건에서 시작된다. 사건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세월 속으로 묻히고, 피해자 가족은 오랜 시간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공소시효를 1년 앞둔 시점에서 본청 고즈카 청장 64 시찰 이유로 D현경에 방문한다는 공지가 내려오고 그 과정에서 경찰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이 하나둘 드러난다.

p.180 고즈카 청장 시찰의 배경에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아카마에게 들은 시찰 목적과는 별도로, 숨겨진 또 하나의 이유가 존재한다. 진짜 목적.

중심에는 경찰 홍보담당관 미카미 요시노부가 있다. 그는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형사는 아니지만, 조직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위치에서 여러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유족을 만나고, 과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경찰이 감추고 싶어 했던 진실의 흔적을 조금씩 발견한다.

여기에 또 다른 유괴 사건까지 발생하며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고 사건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데...


** 일본최고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64>와 같은 사회파 미스터리는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는 추리 소설이 아니다.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배경에 어떤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갈등이 숨어 있는지 조명한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는 이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미제 유괴 사건 '육사(64)'를 다룬다. 하지만 이야기는 화려한 탐정이 아닌, 경찰 내부의 권력 다툼과 언론과의 갈등 사이에 끼어있는 '홍보관' 미카미에게 맞춰져 있다. 조직의 이기주의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관료제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기력해지고 고통받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단순히 사건을 푸는 쾌감이 아니라, 거대한 조직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왜 이 작품이 일본 최고 사회파 미스터리로 손꼽히는지 납득하게 된다.



** 감상평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6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완독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그런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홍보담당관 미카미를 따라가며 사건의 흐름을 좇다 보니 어느 순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경찰 조직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숨겨진 의도들이 드러날수록 이야기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왜 그들은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 걸까?', '미카미는 왜 이 사건에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라는 질문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만큼 <64>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사건을 단순히 명쾌하게 해결하는 방식의 미스터리가 아니어도 이렇게 깊은 재미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범인을 찾는 과정 뿐 아니라 진실을 둘러싼 인간과 조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