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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무늬 모자
안 세르 지음, 송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안 세르 작가의 <호피무늬 모자>는 짧은 분량 안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기억과 끝내 다 이해하지 못한 타인을 어떻게 마음을 남길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다. 담담한 문장으로 글을 써내려갔지만 그 안에는 상실과 애도, 우정과 사랑이 촘촘하게 겹쳐 있다.
** 줄거리
이야기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친구 파니를 기억하는 화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화자는 파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화자는 파니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과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 이해와 끝없는 사랑을 담은 소설
<호피무늬 모자>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은 다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야기한다.
화자가 파니를 떠올리는 장면들은 단순히 옛날 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떠난 친구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뒤늦게라도 그 사람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까운 친구였지만 파니의 아픔을 모두 알 수는 없었고, 그래서 화자는 함께했던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파니를 조금씩 이해해 간다.
우리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도 상대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어도, 곁에 있었던 시간과 소중했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호피무늬 모자>는 슬픈 이별의 이야기이면서도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로 읽힌다. 누군가가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오래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나 역시 소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 감상평
이 책을 읽으며 작년 12월 세상을 떠난 우리 집 반려견 아롱이가 자주 떠올랐다.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아롱이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했지만 아롱이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들려준 적이 없다. 나는 그저 행동과 눈빛을 통해 짐작할 뿐이었다.
책 속 화자가 파니를 떠올리며 "나는 과연 그 사람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질문하는 모습은 떠난 아롱이를 생각하는 내 마음과도 닮아 있었다. 아롱이가 아팠던 순간들, 외로웠던 순간들, 혹은 행복했던 순간들을 나는 얼마나 제대로 알아차렸을까. 더 자주 안아줄 걸, 더 많이 함께할 걸 하는 후회도 함께 떠올랐다.
물론 사람을 잃는 슬픔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남겨진 사람이 품게 되는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끝내 다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함께 살아도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은 가능하고, 오히려 그 이해할 수 없음 속에서 더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함께했던 시간과 사랑했던 마음은 분명 남는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아롱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알 수 없는 마음들까지도 포함해, 그 아이를 사랑했던 시간을 고맙게 기억하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