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0년대 미국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라면 또 다른 프레임과 렌즈로 미국 사회를 바라본 또 다른 작품은 어설라 패럿의 <엑스와이프>다.

이 작품은 재즈 시대라고 불리는 1,2차 세계대전 사이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 줄거리

소설의 배경은 경제적 호황으로 이른 바 '재즈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 미국이다.

패트리샤와 피터 부부는 1920년대 뉴욕의 화려한 삶 속에서 자유로운 결혼 생활을 누린다. 직장생활과 쇼핑, 댄스파티, 술과 담배를 즐기며 서로의 자유를 존중한다. 이들은 '현대적 결혼'을 사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균열이 숨어 있다.

패트리샤가 여행 중일 때 피터는 유부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패트리샤는 상처받아 피터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내고, 이를 솔직히 고백한다. 패트리샤의 고백은 피터에게 깊은 혼란을 주며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p.125 "당신은 무척 깨끗해 보였어. 뭔가가 있었지. 좀 구식 표현이지만, 나는 당신을 '이슬 같다'고 생각하곤 했어, 패트리샤."

피터는 새롭고 순수한 여자를 만나 패트리샤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패트리샤는 그가 돌아올 거라 믿고 거부한다. 결국 별거 상태가 된 패트리샤는 결혼 제도 밖으로 나와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추구하는 '전처'의 삶을 시작한다.




* 자유를 선택한 여자, 그 이후의 삶


p.15 전처는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다가 목에 경련이 생기는 여자야.

패트리샤는 별거 후 ‘전처’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형식적인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떠올리는 순간, 아내로서의 책임감과 감정은 목 근육의 경련처럼 자동적으로 몸에 반응한다. 이는 관계를 끝냈음에도 그녀 안에 여전히 ‘아내’라는 역할이 깊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패트리샤는 사랑과 일, 소비를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지만, 여성에게만 강조되어 온 순결의 기준과 경제적 불안정 앞에서는 여전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결혼이 끝난 뒤에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여성의 역할과 불안을, 신체적 긴장이라는 섬세한 장면으로 드러낸다.

p.164 효율적인 커리어 우먼 행세를 하며 보내는 낮 시간과 세련된 젊은 여자 행세를 하는 밤 시간 내내 달리는 것.

패트리샤의 하루는 낮과 밤 모두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시간이다. 그녀의 분주한 삶은 경제적 독립과 자유를 얻기 위한 선택이지만, 그 자유는 곧 피로로 되돌아온다. 이 문장에는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 채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나는 진짜 누구지?

p.391 나는 겉모습 속의 그녀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나도 다른 누구도 그것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결혼 생활에서 벗어났음에도 사회의 기대와 내면의 갈등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계속 변한다. 자유를 택한 패트리샤의 이야기는 당당한 해방이 아니라, 체념과 고독으로 마무리된다. ‘이겨냈다’는 확신 대신 ‘나도 모른다’는 고백이 남는데, 그 솔직함이 오히려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엄마이자 아내, 딸이자 며느리로 살아가며 여전히 방향을 잃고 헤매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여 울컥해진다.


* 감상평

<엑스 와이프>를 덮으며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자유가 결코 가벼운 선물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패트리샤가 결혼 밖으로 나와 사랑하고 일하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한편으론 부러웠지만 동시에 사랑과 안정된 삶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좀 더 당당하게 살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이 소설은 2025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놀랄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자유를 선택한 여성만이 감당해야하는 사회의 모순과 부당함,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야하는 용기. 완벽한 해방은 없을지라도 끝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이 소설이 건네는 진짜 선물처럼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