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인생 -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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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




누군가의 일기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일기는 철저히 개인의 공간이자 자기 자신을 기록하는 도구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쓰기 때문에 때로는 맥락이 끊기기도 하고, 무슨 이야기인지 곧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폐기된 인생』은 그런 일기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쓰레기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148권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작가 알렉산더 마스터스는 한 인물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의 파편을 엮어낸다. 그리고 단순히 기록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기의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까지 함께 풀어내며 이야기에 긴장감과 감동을 더한다.

알렉산더 마스터는 노숙인 쉼터에서 활동하던 중 만난 스튜어트 쇼터라는 노숙인의 인생을 역순으로 담은 첫 작품 <스튜어트:거꾸로 가는 인생>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이 작품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고 휫브레드상, 가디언 퍼스트 북 어워드, 호손덴상을 수상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톰 하디 주연의 BBC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 평범한 인생의 기록 그리고 의미

이 익명의 일기 작가에 대한 전기를 쓰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 전기를 쓰는 사람조차 그 대상이 누군지 모르는 전기- 나는 기묘한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그녀가 유명 인물이라고 공상할 때마다 그 즉시 지루해져버리는 것이었다.
폐기된 인생 p.73

마스터스는 50여 년에 걸쳐 쓰여진 수십 권의 일기를 통해, 주인공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삶의 굴곡과 감정을 전기로 남기고자 결심한다.

그는 무명의, 평범한 인생 기록 속에서 ‘그녀가 목격한 그 순간의 보편적 진실이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일기를 탐독했다.

평범해 보이는 삶의 기록이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타인에게는 별거 없어 보여도 그 안에는 열정상실희망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은 자기 일기에서 (솔직하게 썼다면) 약간 이상해 보이기 마련인데, 그것이 일기의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말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풀어놓아 조금 숨을 돌리는 것.
폐기된 인생 p.235

이름 없는 저자를 찾아가며 기록된 개인사를 퍼즐 맞추듯 복원해 나간다. 일기 속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주인공의 삶에서 '유일하게 진심전력을 다한 것을 일기'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일기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기는 타인의 평가나 시선을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공간이자 말로 쉽게 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을 풀어내는 숨통 같은 존재라는 생각.





<폐기된 인생> 속 일기들도 단순한 기록 아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진솔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쏟아낸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진한 울림을 준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저자는 '왜 일기를 복원하고 자전을 쓰려고 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의 평범한 기록이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또한 저자가 일기를 복원해나가는 과정이 미스터리 탐정 소설을 보는 듯 흥미진진했고, 그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평범하기에 평범한 삶'이라고만 여겼던 개인의 기록이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가 있음을 사소한 순간도 의미 있는 한 조각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인상적인 일러스트들이 기록들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게 했고 작가의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문체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느껴보고 싶은 분들, 일기나 자기 기록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는다면 좋은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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