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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ㅣ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평점 :

가족이라는 주제는 제 문학의 시작이었고,
그 출발의 책이 바로 <움직임> 입니다.
작가의 말 中
조경란 작가는 1997년 초판을 쓸 당시 스무 살 주인공 이경에게
더 '밝은 집, 밝은 미래'를 주지 못해 아쉬웠던 점을
이번 개정판에서 '스무 살의 이경이 자신의 젊은 삶 쪽으로
한 걸음씩 움직여 나아가기를 바라며' 교정을 하였다고 한다.
<움직임>은 스무 살 이경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의미,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가족과의 관계 등을 다양한 감정을 서술하며 담아냈다.
움직임 줄거리
스물 살 이경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에 손에 이끌려 이모와 삼촌이 있는 이 집에 왔다.
누구의 배 속도 빌리지 않고
세상에 혼자 태어난 사람처럼
나는 여전히 혼자다.
혼자 남게 되면 외로울까 할아버지를 따라왔지만 이경은 여전히 외롭다.
외가댁 사람들은 싸울 때가 아니면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에게는 수입이 되고 고정적인 일거리가
필요하다.
이 작은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층에 목욕탕이 있는 일 층에 세들어 살고 있는 외가댁은 방한칸에 다락방이 전부다. 스무 살 이경은 식구들 밥을 챙겨주고 집안일을 하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다.
미래가 고민이 되지만 이 작은 도시에서 이경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나의 새로운 가족들이다. 아니다.
차라리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온 식구가 모여 함께 밥을 먹은 적도 없고 할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삼촌은 들어오지 않고 서로의 이름 조차 알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래도 이경은 그들이 떠날까 두렵다. 세상에 혼자가 될까봐 두렵다.
이경이 머무는 습기 가득한 단칸방은 이경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의 모습처럼 어둡다.
어차피 같이 있어도 외롭긴 마찬가지인데 이곳에 자신을 데리고 온 할아버지를 원망해보기도 한다.
그래도 어딘가 있을 한 줄기 빛을 찾기 위해 조금은 이상한 동물원 같은 침묵에 갇힌 가족들과 함께 하려 나름의 방식대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가족은 내가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거나 떠난다고 해서 떠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잠시 외면할 수는 있지만 실처럼 연결된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가족은 아마도 남보다 더 어렵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 작가정신 작정단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 입니다.